10명 중 9명 “나는 서민” … “한국인 자랑스럽다” 7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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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계층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이 최상위·중상위·중·중하위·하위계층에 속한다는 응답은 각각 0.4%·6.1%·34.7%·44.4%·14.3%로 나타났다. 2005년의 정체성 조사(각각 0.1%·3.3%·36.4%·41.9%·16.4%)와 오차범위 내였다. 10명 중 6명 정도가 중하위·하위계층(58.3→58.7%)이라고 응답함으로써 여전히 심리적으로 자신을 ‘보통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는 점도 유사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를 서민이라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을 던지자 전혀 다른 풍경이 드러났다. 무려 10명 중 9명(90.1%)이 ‘서민’이라고 답했다. 실제에선 자신의 소득 수준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응답자의 월 가구 소득이 2005년에 비해 500만원 이상은 6.6%에서 16.6%로 증가했고, 400만원 이상도 13.2%에서 33.6%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서민으로 인식하는 비중이 이렇게 높게 나타난 것이다. 비교 대상이 주변의 친구에서 점차 불특정 소수의 고소득자로 확대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드라마나 광고 등을 통해 부유층의 모습이 과장되게 전 국민에게 노출되는 것도 이러한 인식을 갖게 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서민 정책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서민층을 광범하게 인식하는 경향도 작용했을 것이다.

더 주목할 부분은 계층이나 신분 상승의 기회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계층상승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질문에 긍정적인 응답자가 전체의 31.3%에 불과했다. 나머지 셋 중 두 명은 현재 자신의 위치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계층의식의 고착화가 우려된다.

 현재 자신의 계층과 소득에 대해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 평가하는 것과 달리 국가와 사회에 대한 평가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대한민국 브랜드’에 대한 자긍심이 두드러졌다. ‘나는 어떤 다른 나라 사람이기보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는 응답자가 72.8%(2005년 70.4%)였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를 중진국 이상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79.8%였다. 2010년 동계올림픽 선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최근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진 결과가 반영되었을 것이다.

유민봉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 정체성 연구 참여자

▶ EAI=강원택(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문명재(연세대 행정학과) 서상민(EAI 선임연구원) 유민봉(성균관대 행정학과) 이곤수(EAI 선임연구원) 이숙종(EAI 원장·성균관대 행정학과) 정원칠(EAI 선임연구원) 정한울(EAI 선임연구원)

▶ ARI=윤인진(고려대 사회학과) 이내영(ARI 소장·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이신화(고려대 정외과) 이용욱(고려대 정외과) 황정미(ARI 연구교수)

▶ 중앙일보=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고정애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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