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세상 살기 싫던 뚱보에게 친구 말하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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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뚱보가
세상을 지배한다
K. L. 고잉 지음
정회상 옮김
비룡소
368쪽, 1만1000원

화가 나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씩씩대는 숨소리만 내뿜을 수 있는 빵빵한 양쪽 볼. 지하철에서 자살하려 해도 날아오르기는커녕 철퍼덕 소리를 내며 수직으로 떨어질 육중한 몸뚱이. 음식을 많이 주문하면 사람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적게 주문하면 ‘이제 와서 그러기엔 너무 늦었어’라고 생각할 막장 인생.

 소설의 주인공인 트로이 빌링의 딱한 처지다. 움직일 때마다 주변의 비웃음을 사는 뚱보, 키 183센티미터에 135킬로그램이니 그럴 만도 하다. 동생한테 험한 꼴을 당하고 지하철 자살을 망설이던 그에게 낯선 친구가 다가온다. 또다른 주인공, 오갈 데 없는 커트 맥크레이다. 그는 트로이네 고등학교의 ‘전설’이다. 교내에서 유일하게 집이 없는 아이, 하루에 다섯번 싸움을 하는 천재적 기타리스트. 어느 화요일 수업 중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다시는 학교로 돌아오지 않은 문제학생인 그가 트로이의 삶을 바꾼다. 록밴드를 만들자며 칠 줄도 모르는 트로이를 드러머로 발탁한 것이다.

 자신이 거대한 뚱보라고 느껴 모든 행동이 위축되었던 트로이가 이때부터 조금씩 변한다. 물론 쩔쩔 매면서 드럼 치기를 배우지만 차츰 열등감에서 벗어난다. “어쩌면 나는 대왕고래가 아니라 꼬마 향유고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 세상의 모든 것은 몸무게나 외모 같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겹겹의 살 아래 숨어있는 본질을 통해 가치가 결정된다는 커트의 믿음에 힘입어서다.

 커트는 트로이에게 “네가 좋아하는 걸 터놓고 좋아하라는 거야.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좋아할 만한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어… 헤비 메탈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가수를 좋아한다 해도 네가 갖고 있는 잠재력은 그대로인 거야”라고 일러준다. 그렇게 해서 트로이와 커트는 첫 무대에 오르는데….

 음악에 대한 사랑과 우정을 통해 서로를 치유해 가는 소설은, 작가가 외모나 성적 때문에 주눅들어 있는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격려로 읽힌다. 천연덕스러운 유머는 책을 더욱 맛나게 하는 고명이고.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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