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전국대학평가 기자방담] 실사통해 공정평가 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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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에게 대학정보를 제공하고 대학간 건전한 경쟁을 통해 대학발전에 이바지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올해 6회 째를 맞아 8차례에 걸쳐 보도됐다.<본보 9월27일∼10월4일>

올해는 보도 시기를 묻는 전화가 어느 때보다 많았던데다 평가결과가 나오자 대학 관계자·대학생·고교 수험생·기업체·금융기관 관계자들의 자료요청이 훨씬 많아졌고 싱가폴 정부가 토목공학과 자료를 요청,대학평가가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백15개 대학 종합평가와 한의학과·사회복지학과·토목공학과·치과대·의류(의상)
학과등 5개 학과평가는 9명의 기자가 3개월 동안 준비한 결과물이었다.

대학평가 담당 기자들이 모여앉아 대학평가의 의미·공헌·개선점과 평과 과정에서 느낀 우리 대학의 현실등을 짚어 보았다.<편집자 주>

▷해마다 대학평가가 끝나면 문의전화등이 쇄도했는데 올해는 대학과 독자들의 반응이 어떤가요.

▷문의 내용이 점점 구체적·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특히 "장기발전계획을 세우는 데 기초자료로 이용하고 싶다"면서 세부자료를 요청한 대학들이 많아졌습니다.이화여대 학보사·서강대 영자뉴스지 등 대학언론과 한국방송공사(KBS)
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한미은행 등 금융기관·기업체에서는 신입사원 선발시 평가자료로 쓰겠다며 평판도와 종합순위 결과를 물어 오더군요.

▷평가에 무관심해 보이던 상위권 대학들도 평가 결과에 매우 민감하더군요.종합평가 사회평판도에서 사상 처음 연세대가 고려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자 고려대 관계자가 수차례 전화,근거자료를 요청했습니다.연세대 관계자들은 무척 기뻐하면서 그 이유를 여러가지로 해석하더군요.

▷싱가폴 정부가 자국내 공사를 발주할 때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대학의 졸업생이 많은 한국기업에 대해선 우선권을 줄 생각이라며 자료를 요청했어요.더욱더 신중하고 공정한 평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부 대학의 항의 방식도 무조건 불만을 표시하기 보다 자신들의 자료를 토대로 이의제기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교수연구 부문의 경우 "중앙일보가 밝힌 수치와 우리 것이 다르다","신문에 실린 수치를 보면 경쟁대학에 비해 우리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앞서는데 왜 종합 순위가 뒤지느냐"등의 문의가 있었습니다.이에 대해 "학교측 자료와 중앙일보 평가 자료의 활용 기준 기간이 서로 다르다","신문에 밝힌 수치는 평가지표의 일부이며 미공개한 다른 지표에서는 경쟁대학이 앞선다"고 설명하니 모두 수긍했습니다.그만큼 대학들의 관심이 높다는 증거인 셈이지요.

▶"평가방법이 종합대학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대 등 특성화대학에 유리하게 돼 있다"는 지적도 있었어요.한국외국어대 등 인지도가 높은 대학이 종합평가에서 상위권에서 탈락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평가방법에서 학생당으로 따지만 특성화대학이 유리하고 전체 규모로 계산하면 대형 종합대학이 유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 두 방법을 적절히 적용,최대한 공정하게 하려고 했습니다.그러나 일부에서 오해하듯이 KAIST·포항공대는 단과대가 아닙니다.그리고 아직 특성화대학이 매우 적은데다 많은 대학이 백화점식으로 운영하는 탓에 종합대학마다 성격이 달라 아직 우리 대학가를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이 힘듭니다.종합대학의 발전을 자극하기 위한 취지도 있습니다.

▷평가 결과를 보면 의외로 교육여건등 내부사정이 지명도에 크게 못미치는 대학도 있습니다.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대학평가는 이런 사실을 밝히자는 것이 목적입니다.이제 지명도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지명도 자체도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이 됐음을 대학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종합평가의 경우 인문·이공등 어느 계열 중심 대학에 따라서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합니다.연구비의 경우 교수당·총액 기준으로 하면 대체로 공대 중심 대학이 유리하지요.이 때문에 계열 평균 개념을 도입하는등 많은 보완장치가 활용되고 있습니다.다만 교수들의 국내논문 실적을 담은 데이타베이스가 없어 연구실적을 미국 SCI(과학논문인용색인)
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학과평가 현장실사(實査)
를 충실하게 했습니다.실사 과정에서 우리 대학에 대해 느낀 점이 많았을텐데요.

▷자료상으로는 학과 단독인 실험실이 실제로는 다른 학과와의 공동 실험실로 밝혀지는등 실사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일부 토목공학과의 경우 제출자료와 실제 내용에 차이가 있었습니다.아마 본지 평가결과에 따라 교육부·학교본부의 재정지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과열 준비를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의학과의 경우 후발대학은 충분한 면적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기자재·도서 등은 불충분했습니다.그러나 역사가 깊은 대학은 방대한 자료와 충분한 기자재를 갖추고 있는 반면 강의실 좌석이 부족한등 시설이 미흡하더군요.

▷학부제 도입에 따른 후유증도 많이 발견되었습니다.취업에 유리한 인기학과는 정원을 대폭 늘린 반면 기초과학분야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교수연구실적 등 대학발전을 위한 기초 자료 데이터베이스가 미흡한 실정입니다.

▷실사 전에 자료로 산출했던 순위가 실사 후에 크게 달라졌습니다.일반 인식과 달리 의류학과의 경우 기자재,관련 잡지 보유 현황 등 교육환경이 대학간에 차이가 큽니다.수험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경우 학교 여건을 미리 돌아 볼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대학들이 논문실적을 늘리기 위해 우후죽순으로 학술지를 만드는 현상이 눈에 띄었습니다.대학간에 서로 인정할 수 있는 고급 학술지에 대한 공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과평가는 학과실태를 상세히 소개,학과 발전에 기여하고 수험생에게 학과·관련업계의 실태를 알려주고 있는데요.대학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성적이 좋은 어느 대학의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학 차원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전하더군요.

▷토목공학과에서는 외외로 후발대학과 지방대가 상위권에 대거 진입했습니다.어느 교수는 "역사는 짧지만 젊은 교수들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았다.평가는 토목공학 발전에 기여했다"는 E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대외적인 지명도에서 탈피,열심히 노력하는 대학들을 발굴하고 소개한 것이 이번 평가의 큰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의류학회에서도 자체적으로 교과과정 개편의 필요성을 느끼고 세미나를 계획하고 있던 시점이어서 의류·의상학과 평가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주요 의류업체 53곳을 상대로 실시한 대학별 취업 실태 조사도 처음이어서 학교·업체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대학평가의 개선점도 있을텐데요.

▷대학평가는 완전히 정착된 것이 아닙니다.그리고 환경변화에 따라 지표가 다소 보완되기도 합니다.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방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학과평가는 각 대학의 교육과정을 평가하는등 상당히 개선됐지만 종합평가는 아직도 질적 평가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대학이 신입생을 얼마나 우수한 졸업생으로 만들어 배출하는가,즉 입학생 수준과 졸업생 수준을 비교·평가하는 지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부제가 확대되면서 학과평가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이에 대한 방법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특성화 시대를 맞아 대학별로 교육목표에 부합하는 세련된 지표를 개발해야 합니다.

정리=성시윤 기자
<copip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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