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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기가 있어 남들보다 한 걸음 더 뛰었습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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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먹여 살릴 처자식이 생기니까 남들보다 한 걸음 더 뛰어야 했다.”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의 우승 소감은 솔직했다. 지난해 부인 이미해(28)씨와 결혼해 올해 첫아들인 윤호군을 얻은 지영준(29·코오롱)은 “아내와 아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가족이 있어서 금메달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한 우승의 비결은 혹독한 훈련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40㎞를 달리는 거리주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걱정됐다. 외국에만 나가면 죽을 쒔다. 이번에는 100% 철저히 준비했다. 훈련량이 많아 후반에도 지치지 않았다. 광저우가 더워 국내에서 계속 훈련하다 3일 전에 들어와 준비한 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지난 대회 우승자인 케냐 출신 무바라크 하산 샤미(카타르)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샤미는 각축을 벌이던 지영준과 발이 엉키자 화를 내며 지영준의 등을 손으로 내리치는 등 냉정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영준은 샤미의 행동에 대해 “달리다 보니 발이 엉켰을 뿐이다. 그런데 오버해 반응하더라”며 “순간적으로 아파서 주춤했지만 평정심을 잃으면 안 되기에 참고 레이스를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지영준은 또 “샤미와 둘이 남고 나서 은메달이 확정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냐 선수들이 후반에 강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차피 2등이라면 자신 있게 가자’는 생각으로 스퍼트를 했다”고 말했다.

지영준은 일찍이 한국 최고 마라토너의 계보를 이을 선수로 주목받았다. ‘포스트 이봉주’라는 타이틀은 늘 그를 따라다녔다. 기대를 모은 데 비해서는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아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시련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기쁨에 사로잡힌 지영준은 골인한 뒤에도 지쳐 쓰러지는 대신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많이 힘들었지만 세리머니를 너무 하고 싶어 참고 했다”며 웃었다.

22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우승을 거둔 지영준은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의 간판 마라토너로 출전할 것이 분명하다. 지영준은 “다음 목표는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이다. 나 말고 좋은 후배들도 많다. 홈에서 열리는 만큼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광저우=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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