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야기] 아산 음봉 ‘하나마이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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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이크론은 반도체 제조 후공정 전문업체로 올해 말 브라질에 반도체 합작회사 공장을 착공한다. 사진은 아산 본사 제조라인 모습. [하나마이크론 제공]

아산의 반도체 업체가 브라질에 대규모 반도체 합작공장을 짓는다. 음봉면 원남리에 자리잡은 하나마이크론(주) 본사에 지난 12일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세르지오 헤젠지 브라질 과학기술부 장관이 이 업체와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미MIT 물리학 박사 출신인 헤젠지(70)장관이 하나마이크론 최창호(60)대표와 손을 잡은 건 믿음에서 비롯됐다. 브라질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제휴국을 물색하고 있었다. 미국·일본 등이 물망에 올랐다. 그런데 최 대표가 헤젠지 장관에게 브라질의 반도체 제조 공정 수립의 취약점을 정확히 찾아내, 원점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조언했다. 헤젠지 장관이 그의 지적에 “당신 말이 옳다. 처음으로 옳은 말을 들었다”며 즉시 현지 계측제어 1위 업체인 빠리츠(PARIT)를 연결해 준 것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12월 200억 달러씩 투자해 합작법인 ‘HT마이크론’을 설립했다. 공장 건립과 생산장비 설치에 필요한 약 300억원은 브라질 국책은행에서 빌려주기로 했다. 헤젠지 장관의 배려가 있어 가능했다. 연말 브라질 리우그란데두술 지역에 12만2000㎡ 규모의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최창호 대표는 우리나라 반도체 전문가

최 대표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1세대다. 삼성전자에서 잔뼈가 굵었다. 1987년부터 시작해 12년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의 관리이사·지원실장·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삼성전자 구미공장장, 멕시코 복합단지장을 끝으로 삼성전자를 나와 2001년 하나마이크론을 설립했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과 똑같은 반도체 후공정(Back end) 즉 반도체 패키징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처음 외주 제작을 의뢰한 업체다. 패키징은 웨이퍼를 가공해 반도체가 실제 기능하도록 하는 후공정의 핵심 공정이다.

 최 대표는 “브라질은 반도체 수요의 99%에 해당하는 170억 달러 상당의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며 “1억9000만명의 세계 5위 인구국가의 국민들 사용 휴대전화 숫자만 2억대에 달해 반도체 수요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지 생산에 따른 브라질 관세 절감 효과(70%)로 타사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반도체 월 1억개를 제조할 양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 개최 등 빅 이벤트를 앞두고 LED-TV 보급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또한 하나마이크론에는 호재다. LED 패키징과 조명 관련, 국책과제를 수행 중이다. 조만간 생산라인이 가동되면 브라질도 큰 시장임에 분명하다.

전자태그 사업도 집중 육성

반도체 이외 이 회사의 또 다른 주력사업은 전자태그(Tag)로 불리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으로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이다. 동물·식품 등 이동이 많은 개체에 전자태그를 달면 리더기(무선)가 내장된 IC칩 속 이력 정보를 읽어 낸다. 지난해 개발한 프로세싱(Processing) 시스템의 우수성을 브라질 정부가 인정해 소 300만 마리 분 전자태그를 처음 수출했다. 현지 경쟁사보다 인식거리가 20배나 길고, 나아가 정부 통합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라 큰 환영을 받고 있다. 현지 지방정부 보유 소만 7000만 마리에 달해 매출 성장이 확실시된다. 브라질 정부는 내년까지 5000마리 이상 소 보유 농가에 RFID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한 상태다.

 RFID 수출을 브라질의 커피·목재·트럭 등에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현지 벤처기업 HILA(Hana Innosys Latin America)를 설립했다. RFID관련 기술력은 하나마이크론 미국현지 법인(2006년 설립)에서 뒷받침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창호 하나마이크론 대표, 헤젠지 브라질 과학기술부장관, 페리졸라 HT마이크론 대표.

 올해 반도체 21억개 생산 ‘대박’

지난해의 적극적인 반도체 설비 투자가 올해 빛을 발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경쟁사들이 투자를 보류한 가운데, 반도체 수요 증가를 예상해 설비 증설에 나선 게 맞아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지난해 총 매출의 76%(1235억원)를 이미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전체(67억원)의 2배인 132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매분기 매출이 최대 실적을 갈아 치우고 있다. 국내 반도체 점유율도 쑥쑥 올라가고 있다.

 이 회사는 부품·소재 분야 진출도 꿈꾸고 있다. LCD·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모노실론가스를 들여와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2005년 코스닥 상장한 하나마이크론은 자본금 77억원, 임직원 1228명으로 최 대표가 최대주주(24%)이고 증권금융(2.1%), 하나은행(1.2%) 등의 지분이 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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