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헤커 소장 “막 건설된 북 원심분리기 1000개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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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북한을 방문한 미국 핵전문가에게 원심분리기 1000여 개로 이뤄진 최신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과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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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1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그는 22일 우리 정부와 북핵 대응 방안을 집중 협의한다. [김경빈 기자]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소장을 지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지난주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영변 지역에서 1000여 개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우라늄 농축 시설을 목격했다고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이 시설을 이용해 생산되는 고농축 우라늄(HEU)은 북한이 보유하지 못한 우라늄 핵무기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북한의 호전적 행동이 또 드러났다. 북한은 믿을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고 비판했다. 헤커 소장은 또 뉴욕 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원심분리기가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은 이제 막 건설된 것으로 보였으며, 초현대식 통제실(ultra-modern control room)에서 제어되고 있었다”며 “새 시설의 정교함에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헤커 소장은 “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한 촬영은 북한에 의해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헤커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수일 전 백악관에 사적으로 보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또 국제기구 조사관들이 북한을 마지막 방문했던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이런 대규모 시설이 없었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피해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외교부 당국자는 “만약 이 같은 이야기가 사실일 경우 심각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헤커 소장은 23일 백악관과 국무부 등에 보고한 뒤 공식 기자회견을 연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사진=김경빈 기자

◆원심분리기=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설비 중 하나. 원자력 발전용 저농축 우라늄 생산에 쓰이지만 농축 농도를 90% 이상으로 올린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 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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