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흑의 다음 한 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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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32강전>
○·퉈자시 3단 ●·박지연 2단

제5보(54~68)=바둑은 남녀가 함께 섞여 경쟁하는 유일한 경기다. 남녀 평등이고 여성 차별이 전혀 없다는 점이 근사하기도 하지만 바로 그 점에 여자기사들의 애환이 숨어 있다. 남자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그 바람에 여자기사는 인기를 얻기 어렵고, 자연히 여자들만의 대회는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골프의 경우 한국 낭자들의 실력은 세계를 제압하고 있지만 만약 골프도 남녀가 함께 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매번 신지애 같은 일류 골퍼들이 매번 남자들에게 밀린다면 그래도 여자 골프가 인기가 있을까. 여자 바둑은 바로 그런 상황에 교묘히 얹혀 있는 것이다.

 56으로 연결하면 57이 마지막 큰 곳. 65도 좋은 곳. 당장 생기는 건 없지만 그 위력이 두고두고 나타나는 그런 곳이다. 그러나 바둑은 여전히 백이 약간이나마 두터운 국면이다. 흑집은 전체적으로 50집 남짓인데 백도 좌상 쪽만 40집이 넘게 형성돼 있어 실리로도 크게 앞서지 못하고 있는 것. 그런데 퉈자시 3단은 여자기사를 빨리 제압하지 못하자 내심 초조했던 것 같다. ‘참고도’처럼 집을 내줘도 여전히 좋은 바둑인데 66까지 파고든 것이다. 상대가 힘으로 나오자 박지연 2단도 강력하게 67로 막아 일전을 겨뤄보자고 한다. 68로 빠졌을 때 다음 한 수는 어디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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