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소득세율 미국선 4억원, 한국은 8800만원 넘으면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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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소득이 8800만원만 넘으면 과연 한국의 최고 부자인가. 흔쾌히 납득하는 사람,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현행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최고 소득구간은 그렇게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 소득세의 과표구간은 4단계로 돼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6단계(미국)부터 2단계(독일)까지 다양하다. 한국은 1977년 16개였던 과표구간을 지금처럼 줄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행 8800만원 초과인 최고세율 구간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고세율 구간이 경제성장과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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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부터 8000만원이었던 최고세율 구간은 2008년 8800만원으로 10% 올랐다. 이 기간 소비자 물가는 43%(연평균 3.3%) 뛰었다. 96년에 비해 최고구간의 실질 구매력이 낮아졌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1인당 평균소득은 1만2518달러에서 1만9722달러로 뛰었다. “1억원 또는 1억2000만원 초과의 세율 구간을 새로 만들자”(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주장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동원 수석연구원은 “경제 규모와 평균소득을 감안하더라도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받는 비율이 미국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런 반면, 면세점 이하의 인구가 많아 국민의 절반가량만 세금을 낸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최고 세율 구간의 소득세율은 한국과 같은 35%다. 하지만 35만7700달러(4억원)가 넘을 경우에 적용된다. 홍익대 김유찬(세무대학원) 교수는 “최고 과표구간을 높이고 적용세율도 40% 정도로 올려 적용해야 한다”며 “초고소득층에 40%의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경제활동의 유인(인센티브)을 제한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세율을 올리되 비과세 부분을 줄여가자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의 경우 근로소득공제나 자녀 교육비 공제 등 다른 나라에 없는 세금 공제혜택이 많다는 거다. 한양대 이영(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자녀 교육비 공제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며 “자녀 교육을 부모가 책임지는 전통 때문인데, 장기적으로 풀어갈 문제”라고 말했다. 비과세 부분이 많다는 사실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소득세와 달리 법인세 과표구간에 대한 논쟁은 적은 편이다.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형평성 논리에 따라서다. 대부분 단일 과표를 적용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매출 규모(2억원)에 따라 2단계로 나뉘어 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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