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한국은 간 총리 정권의 교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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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주요 언론들은 10일 최근 일 정부가 ‘환태평양파트너십 협정(TPP)’ 참여를 결정하게 된 뒷이야기들을 보도했다. TPP는 농산물 등 모든 상품의 관세를 100% 철폐하는 ‘급진적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1면에 ‘간 나오토(菅直人) 정권의 교과서’가 되고 있는 한국이 자유화에 앞서 나가자 간 총리가 초조해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간 총리에게 “지금 유럽연합(EU)과의 FTA에 서명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간 총리는 귀국 후 측근들에게 “한국은 외국과의 관세장벽을 잇따라 없애고 있으며, 산업계는 수출에 진력하고 있다. 우리는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간 총리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통상공세를 펼치고 있는 한국의 전략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같은 간 총리의 초조함이 TPP 참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아사히는 “일 정부가 9일 TPP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한국에 대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TPP 협정이 FTA보다 강력한 데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간 총리는 일본의 TPP 참여를 ‘제2의 개국’이라고 선언했다. FTA를 확대해 수출을 촉진하지 않는 한 침체된 일본 경제를 되살릴 수 없다는 절박한 표현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우시오다 미치오(潮田道夫) 전문편집위원은 이날 ‘한국 따라잡기’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일본 정부가 만들고 있는 신경제전략이나 TPP는 사실상 한국에 대한 대책”이라고 규정했다. TPP 참여로 일거에 한국에 뒤진 FTA를 만회하겠다는 시도라는 것이다. 그는 “일 정부와 업계가 베트남과 미국 등의 원자력발전소와 고속철도 수주를 위해 이례적으로 ‘올 재팬팀’을 가동하고 있는 것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에 패한 굴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9월 중순 재무성이 6년 반 만에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것도 한국 대책이라는 것이다. 우시오다 편집위원은 “어느새 일본이 한국의 뒤를 쫓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라는 탄식으로 글을 맺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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