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엘 베스타스 사장 “녹색 성장 위해선 화석연료 보조금 없애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이 시각에도 세계 곳곳에서 세 시간에 한 대씩 덴마크 베스타스 윈드시스템의 풍력 발전기(터빈)가 세워지고 있다. 베스타스는 세계 최대 풍력 발전기 제조업체다. 현재 63개국에 4만여 개의 베스타스 풍력 발전기가 설치돼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베스타스의 중심에는 디틀레우 엥엘(46·사진) 사장이 있다. 그는 11일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의 녹색 일자리 분과에서 의장(콘비너)을 맡았다. 회의를 앞둔 10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도 녹색 에너지 산업과 풍력 발전의 밝은 미래를 역설했다.

 엥엘 사장은 “향후 풍력 발전 등 녹색 에너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에 대한 각국의 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며 “연간 5570억 달러로 추정되는 보조금을 녹색 에너지 개발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환경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자유무역이 이뤄져야 한다”며 “서울 G20 정상회의를 통해 각국 정상이 녹색 에너지에 대한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베스타스의 풍력발전기를 통해 전 세계에서 연간 4000만t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에는 전 세계 전기량 중 10%가 풍력으로부터 생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녹색 에너지 중 가장 유망한 분야는 풍력과 수력”이라며 “태양열·태양광보다 향후 원가 절감 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풍력 발전은 현재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베스타스는 중국과 몽골에 대규모 풍력발전기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포르투갈에도 발전단지를 설치할 예정이다.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에너지 시장이지만 풍력 발전량이 적은 미국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당장에라도 풍력 발전 원가가 석탄 발전 원가보다 저렴한 것으로 추정된다.

 엥엘 사장은 “미국에서 풍력을 개발하지 않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전을 개발하지 않는 것과 같다”며 “미국에서도 최근 고유가 시대의 새로운 대체에너지는 풍력이란 여론이 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육상이 아닌 해상에 풍력단지를 개발하기로 했다”며 “육지의 풍속보다 20% 정도 더 강한 해상 풍속을 이용해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녹색성장 정책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국내 풍력발전 기술 수준은 자사의 60% 정도라고 답했다. 지난해 베스타스 덴마크 본사에 국내 풍력발전 부품업체 23곳이 참가한 가운데 2억 달러 규모의 상담이 이뤄졌다. 엥엘 사장은 “배의 엔진을 만드는 기술과 풍력 발전 기술은 거의 비슷하다”며 “조선업에서 한동안 1위를 차지했던 한국도 마음만 먹으면 세계 풍력발전 시장에서 강자로 올라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1898년 설립된 베스타스는 각종 기계·철강 제품을 만들다가 1979년부터 풍력 발전기를 생산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매출은 84억 달러, 자산 규모는 90억 달러다. 종업원은 2만여 명에 달한다. 엥엘 사장은 2004년 취임해 당시 24억 달러의 회사 매출을 세 배 이상으로 키웠다.  

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