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읽는다]효과적인 중국 연구를 위한 방법론 가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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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연구방법론-연구설계·자료수집·현지조사』
정재호 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349p, 23000원

중국의 부상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두뇌들로 하여금 중국 연구에 매달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고, 일어날 현상을 보다 명확하고 명료하게 설명한 성과물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연구들이 ‘무엇’과 ‘어떻게’에 대해 천착할 뿐 ‘왜’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연구방법론-연구설계·자료수집·현지조사』의 편저자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그 이유를 연구자들이 방법론적 사유를 등한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방법이 틀렸기 때문에 목적 달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방법론이란 무엇인가? 책 3페이지의 각주를 그대로 옮겨보자. “방법(methods)이란 자료의 수집 및 분석과 논리의 실증에 활용되는 구체적이고도 미시적인 연구전략과 기법들(예컨데 서베이, 인터뷰, 사례연구, 통계분석, 내용분석, 현지조사, 의사실험 등)을 가리키며, 방법론(methodology)이란 위의 다양한 방법들뿐만 아니라 질문의 설정, 가설의 구성, 비교와 추론까지를 포괄하는 연구설계 및 논증의 체계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쉽게 풀어보자. 학자란 진리를 찾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연구를 한다. 연구 결과는 논문으로 발표한다. 논문이란 연구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는 기록이다. 논문의 가설과 논리가 보편 타당하면 이론과 법칙이 된다. 방법론은 연구 방법이자, 연구 과정의 매뉴얼이다. 학자를 어부에 비유한다면 고기 잡는 법에 해당한다. 낚싯대부터 그물, 통발이 어선에서 대형 원양어선까지 고기 잡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고기 잡는 법을 모른 채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물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 맨손과 열정만 가지고는 고기를 잡을 수 없다. 연구자들에게 방법론이 중요한 이유다.

편저자인 정재호 교수는 1장의 ‘방법론과 중국연구’에서 지난 1996년 서울대 부임 이래 줄곧 대학원과정에 개설해 온 중국연구방법론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과학의 정의에 대한 포퍼와 쿤 사이의 논쟁에서부터 연구 질문 및 가설을 설정하는 노하우, 다음으로 문헌연구·인터뷰·서베이·현지조사 등 연구 수행을 위한 다양한 '차림표'까지 개괄하고 있다. 각주에 제시된 문헌들을 모두 읽는다면 한 학기 강의를 수강한 효과를 얻기에 충분할 정도다.

이어 2장부터 9장까지는 2000년대에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활발하게 연구활동 중인 신진 연구자들이 학위 논문 작성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에 기반해 방법론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지역 연구(area study)로서 중국 연구와 분과 학문의 중간 지대에 서 있는 연구자들의 고민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중국을 학문적으로 공부하고자하는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원하는 일반인까지 놓치기 아까운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래서(so what)’라는 부분에 아쉬움이 남는다. 편자의 전작인 『중국정치연구론: 영역, 쟁점, 방법 및 교류』의 교류 부분에서 언급되었던 부분이다. 편자는 서문에서 현재 이미 한국내에서 다양한 분야 사이에 연계와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제외했다고 적고 있다. 보통 학계는 두 부분에서 사회에 기여한다. 즉 학문의 제고(提高)와 보급(普及)이다. 학문이 상아탑에 머물지 말고 사회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들만의 난수표와 같은 암호로만 연구결과를 남긴다면 사회적 활용은 요원하다. 학회가 내는 학술지는 전문적이어야 하겠지만, 학계의 수 많은 심포지움과 세미나까지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싶을 때가 많다. 또, 연구 문제의 설정에서부터 사회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충실한 연구가 이뤄졌다면 이를 쉽게 보급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이 부분은 이 책이 다룬 범위는 아니지만 연구자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문제다.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나으며, 좋아하는 것보다도 즐기는 것이 한 수 위다.’ 편자는 논어에서 이 구절을 인용하면 글을 맺고 있다. 중국 연구를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오르려면 방법론을 익혀야 한다는 편저자의 지론이 묻어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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