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있는 심장 위치 찾아 고주파 쏘면 … 이상박동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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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박동이 쿵쿵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한림대성심병원 한상진 교수가 환자에게 부정맥의 발생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림대의료원]

전기에너지로 빈맥 치료 … 심장마비 예방

59세의 김모씨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심장이 ‘펄떡펄떡’ 요동치듯 뛰는 것을 경험했다. 불안한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앉았으나 30분이 지나도록 증상이 가라앉지 않았다. 병원 응급실을 찾아 심전도검사를 한 결과, 발작성 빈맥으로 밝혀졌다. 약물(아데노신) 주사 후 빈맥 발작은 사라졌지만 의사는 완치를 위해 전극도자절제술을 권유했다. 그러나 시술이 두려웠던 김씨는 약물 치료를 선택했다. 이후 6개월간 증상이 없는 듯했으나 최근 주 1회꼴로 발작성 빈맥이 다시 나타났다. 호흡 곤란과 현기증·어지럼증 말고도 실신이나 심장마비 등 언제 응급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 김씨는 결국 전극도자절제술을 선택했다. 심장에 전기에너지를 준 지 단 1초 만에 김씨의 빈맥이 사라졌다.

 심장은 몸 밖으로 꺼내도 한동안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심장 박동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심장 자체에 있다는 뜻이다. 심장 박동은 전기자극으로 조율된다. 심장의 오른쪽 심방(윗부분) 동결절에 있는 특수세포가 신경 자극과 비슷한 전기 신호를 주기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전기 자극이 심방의 근육을 수축시키면 심방을 채우고 있던 혈액이 심방과 심실 사이를 막고 있던 판막을 지나 심실(아랫부분)로 흘러들어간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최성훈 교수는 “심장 근육은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조직이나 고속도로처럼 전기가 더 잘 흐르는 특수한 전도체계가 있다”며 “전기가 다른 길로 흐르거나 전기 자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심장 박동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부정맥”이라고 설명했다. 심장의 맥이 고르지 않은 것으로 나이가 들수록 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정맥 방치땐 뇌졸중 일으킬 수도

심장 박동은 평소에 잘 느껴지지 않는다. 운동을 하거나 술·커피를 많이 마시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또 흡연이나 스트레스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으로 잠시 쉬거나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심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빨리 뛰거나 느리게 뛴다면 부정맥일 가능성이 크다. 부정맥은 크게 서맥과 빈맥으로 나뉜다. 맥이 느리게 뛰어 심장 박동이 생리적 요구량에 미치지 못하면 어지럼증과 실신, 심장마비 등이 나타난다. 맥을 느리게 하는 약물(주로 혈압약)을 복용한 게 이유라면 약물을 다른 것으로 바꾸고, 증상과 빈도를 지켜보다가 심하면 심장박동기를 영구적으로 이식하기도 한다.

 심장의 심실이 분당 100회 이상으로 뛰는 빈맥성 부정맥은 심장 박동의 횟수와 이상이 나타나는 위치에 따라 구분된다. 300회 정도로 심실이 빨리 뛰면 심실 빈맥, 심방이 빨리 뛰면 심방 빈맥이라 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한상진 교수는 “심실 내 전기 이상 현상으로 심장이 거의 수축하지 않는 심실 세동이 가장 위험한 부정맥으로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라며 “심방 세동으로 박동이 너무 빨라 심장이 펌프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뇌까지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뇌졸중을 일으키기 쉽다”고 했다.

고혈압·흡연·비만 등 관리해야

이 같은 빈맥성 부정맥은 주로 전극도자절제술로 치료한다. 전극도자절제술은 전기를 이용해 심장의 빈맥을 치료하는 수술법이다. 한 교수는 “부정맥의 원인이 된 위치를 찾아 전극도자를 대고 고주파 전기를 통하게 하면 열이 심장조직을 파괴시켜 심장의 이상 박동을 차단한다”며 “고속도로 옆에 잘못 생긴 샛길을 찾아 막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 완치에 가깝게 치료된다. 실제 한림대의료원에서는 1995년부터 총 653례의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해 95.8%의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은 97%, 심방 빈맥은 80%, 심방 세동은 78%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부정맥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최성훈 교수는 “심장 혈관이나 근육세포에 문제가 있거나 판막질환이 있는 경우, 고혈압으로 심장 벽이 두꺼워지거나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을 때 등 심장 자체에 문제가 있어 나타나는 부정맥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심장 세포를 흥분시켜 정상적이지 않은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을 차단해야 한다.

 심장 혈관에 문제가 있는 관상동맥질환은 부정맥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심실 세동을 일으키므로 고혈압·고콜레스테롤·비만·흡연 등 위험요인을 관리해야 한다. 또 평소 가슴 두근거림이 심하고, 숨이 찬다든가 어지럽다면 부정맥을 의심하고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젊은 나이에 급사한 심장질환 가족력이 있으면 전기생리학적 검사를 받아본다.

이주연 기자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매일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돌연사할 위험을 75%나 감소시킨다

●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한다 심장질환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은 100㎎/dL 이하로 유지한다

●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조절한다 당뇨나 콩팥이 나쁜 경우 130/80㎜Hg 이하를 목표로 한다

● 체중 조절을 한다 비만하지 않도록 체질량지수(㎏/㎡)를 25 이하로 유지한다

●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심하게 화를 내는 경우 심실 세동이 발생할 수 있다

● 과한 음주는 피한다 하루에 소주 5잔 이상을 마시면 부정맥과 급성심장사의 위험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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