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취업 성공률이 122.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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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강원도 원주YWCA가 운영하는 고령자인재은행의 지난해 취업률은 98.2%였다. 2008년에도 96.8%에 달했다. 55세 이상이 이곳에 일자리를 의뢰하면 대부분 취업하는 셈이다. 사단법인 인천여성노동자회의 고령자인재은행은 2008년 122.6%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경기도 성남YWCA 고령자인재은행은 올 상반기에 104.3%의 취업률을 보인 것으로 중부고용노동청은 보고를 받았다. 수치로만 보면 취업을 의뢰한 사람보다 취업한 사람이 더 많다.

 원주YWCA 이성경 차장은 “1명이 여러 곳에서 일한다. 그런 건수를 모두 취업한 것으로 잡기 때문에 취업률이 높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용 중부노동청장은 올해 국감에서 “고령자인재은행의 취업률은 말도 안 되는 통계다. 구직하려는 사람보다 취업자가 더 많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고령자인재은행의 취업률보다 노동부 산하 고용지원센터의 취업률이 훨씬 낮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1993년 도입된 고령자인재은행은 고령자(55세 이상)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발굴해 제공하는 정부 위촉 민간기관이다. 고용노동부의 위촉을 받은 인재은행은 사회복지관, 시민단체, 경제단체 등 전국 52곳이다. 이들이 노동부에 보고한 올해 6월 말 현재 취업률은 74.3%다. 일반 구직자 취업률(25%)의 세 배 가까운 수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취업자 대부분(79%)이 가사도우미나 간병인과 같은 3개월 미만의 단기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취업률이 높은 것도 한 명이 2~3회 취업하면 이를 모두 취업한 것으로 간주해 통계를 내기 때문이다. 취업건수가 취업률로 바뀌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실시하는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정부의 지원을 더 많이, 계속 받으려는 욕심에서 취업률을 뻥튀기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취업 횟수를 통계로 잡지 말고 구직자 대비 취업자 수를 산정토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전국 노동관서에 시달하고, 취업률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곳은 불이익을 주는 등의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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