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르포] '한국 외고' 교내 규율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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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고(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학생들은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린 10평 규모의 2인1실, 총 200실이 마련된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이들의 일과는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들 정도로 빡빡하다. 오전 7시4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이어지는 강의 속에서 학생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은 아침(30분).점심(50분).저녁(1시간)이 전부다. 기숙사에 돌아가서도 학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책을 놓지 않는다. 사실상 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빼면 공부에만 몰두하는 셈이다.

전체 교사는 30명으로 학생 11명당 한 명꼴이다. 한국계 외국인 6명을 포함해 28명의 석사 이상 학력 소지자가 학생들을 지도한다. 교실마다 빔프로젝트 시설이 구비됐으며 컴퓨터 160대를 설치한 어학실에는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영어수업이 진행된다. 학교 측은 올해 내로 육상 트랙과 잔디 구장을 갖춘 운동장과 야외 공연장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교내 규율은 엄격하다. 공식적으로 이성교제.외출 등을 금지한다. 이성과의 신체 접촉이 있을 경우 풍기문란을 이유로 최고 퇴학처분을 내릴 수 있으며, 콜라.커피 등 인스턴트 음식의 반입도 허용되지 않는다. 단 주말에는 희망자에 한해 집에 갈 수 있다.

학생 대부분의 1차 목표는 해외 유학이다. 워낙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내신성적에서 일반 학교에 비해 불리하다. 이 때문에 일부는 외국어 특기자 특별전형 등을 통해 국내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다.

학생들은 '노력한 만큼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박모(16)군은 "장차 나라를 이끌 큰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3년간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교육 전문가는 유학을 대비한 지식교육만 강조할 경우 사회성 결여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려대 권대봉 교육대학원장은 "강요에 의한 엘리트 교육은 자칫 학생들의 창의성 계발을 막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용인 한국외고=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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