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해병’ 새 슬로건에 동의하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해병대는 1일 재창설 23주년을 맞아 대표 표어(슬로건)로 ‘작지만 강한 해병대’를, 핵심 가치로 ‘충성’ ‘명예’ ‘도전’을 선정하고 선포식을 했다. 1949년 4월 15일 창설된 해병대는 73년 해군에 편입됐다가 87년 11월 1일 재창설됐다.  그러나 대표 표어의 표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0여 년간 광고 현장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해온 한 전문가는 “슬로건을 듣는 순간 ‘강하다’는 말은 해병과 잘 맞는 걸 알겠는데 ‘작다’는 말은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작지만 강한 해병’이란 슬로건을 들으면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같은 슬로건이 주는 근성, 질김, 강함 등의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작지만’이란 말이 강조돼 들린다”고 밝혔다. 또 “장점과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슬로건에는 ‘~지만’이란 부정적 느낌을 주는 접미어를 쓰지 않는다. 소수정예를 표현하고 싶다면 ‘적지만’이라고 써야겠지만 이 말은 어감이 안 좋아 카피나 슬로건에 쓰지 않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병대는 보도자료에서 “‘작지만 강한 해병대’는 어떠한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소수의 병력과 장비로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며 ‘무적 해병’의 전통을 수립해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부대로 거듭난 해병대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굳이 새 표어를 만들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해병대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귀신 잡는 해병’ ‘무적 해병’ 등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맹활약하면서 얻은 슬로건과 별칭을 비공식적으로 사용해 왔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은 미국 해병대의 슬로건 중 하나인 ‘Once a Marine, Always a Marine’을 차용한 것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49년 해병대가 창설된 이후 공식 슬로건이 없었다”며 “기존의 것들이 추상적이기도 해서 현재를 보여주고,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대표 표어를 정해 해병대의 지향점을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우식(69·예비역 중위) 해병대 전우회 중앙회 공보특보는 “지금까지 해병대가 사용해온 구호는 외국 언론 등에서 붙인 것이어서 우리 해병대가 슬로건을 만든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해병대 정신이 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병대는 지난해 홍보기획사인 버슨 마스텔러 에 용역을 의뢰하고 자체 워크숍을 통해 대표 표어와 핵심 가치를 확정했다. ▶ '작지만 해병' 슬로건 찬반 투표하기 최지영·정용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