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뱀독으로 진통제 만들면 자원 제공 국가에 돈 줘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생물 유전자원을 생명과학·의학분야 등에 이용하면 그 대가를 의무적으로 지불해야 할 전망이다. 예컨대 열대식물인 파파야에서 항암제를, 뱀·전갈의 독에서 진통제를 추출해 개발하면 그에 따른 이득을 유전자원 제공 국가에도 일정 부분 배분해야 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0)에서 이런 내용의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됐다고 31일 밝혔다. 10월 18~30일 진행된 회의에는 192개국 1만6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에 따라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이 채택된 뒤 지금까지 18년 동안 진행된 생물 유전자원의 이익 공유에 관한 논의가 마무리된 셈이다. 한국은 94년 생물다양성협약을 비준했다.

 나고야 의정서는 50개국 이상이 비준해야 정식 발효되며, 그 시점은 1~2년 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정서의 핵심은 특정 국가에서 생물 유전자원을 채집·반출한 뒤 의약품·식량·신소재 등으로 상품화하려면 자원 보유국에 미리 통보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해당 유전자원을 이용해서 얻은 이익은 상호 합의한 계약 조건에 따라 서로 나눠가지도록 했다. 유전자원이 국부(國富)가 되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단 의정서 발효 이전에 유출된 유전자원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바이오산업의 시장규모가 1540억 달러(약 119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의정서 발효 후에는 선진국에서 자원보유국으로 연간 수십억 달러가 지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규모가 연간 3조8000억원인 국내 바이오산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환경부는 10만 종의 국산 자생종 중 미확인종 7만여 종의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국외 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1534종)을 2014년까지 3000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환경부 김찬우 국제협력관은 “협상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당장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의정서는 기후변화협약 협상과 맞먹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주요 결과

◆ 나고야 의정서 채택

- 유전자원 접근 때 보유국 사전 승인 의무화

- 이익은 자원 보유국과 공유

- 토착민 이익도 국가가 보증

◆ 생물다양성 보전계획(2011 ~ 2020년) 20개 항 채택

- 육지의 17%, 해양의 10% 이상 보호구역 지정

(현재는 육지 13%, 해양 1%만 지정)

- 생태계 훼손 속도 절반 이하로

- 기후변화·해양산성화로 인한 산호초 피해 최소화

- 국가별 생물다양성 전략과 실천계획 수립

자료 :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