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끝이 보이지 않는 노조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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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조비리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취업비리에서 대출장사까지, 그 끝을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수사 관계자들은 "손만 대면 걸리는 게 노조비리"라고 혀를 차고 있다. 어느 사이에 노조가 간부들의 범죄에 동원되는 수익모델로 전락했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검찰은 10일 직원 채용 대가로 최고 3000만원을 받은 현대자동차 노조 간부 3명을 긴급체포하고 전.현직 노조 집행부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연초에 적발된 기아차 노조의 조직적인 채용비리와 판박이다. 현대차 노조는 "간부 한 명의 개인적 비리"라 우겼지만 하루 만에 체포된 혐의자는 3명으로 늘었다. 최근 세계 자동차시장은 미국의 GM이나 포드 차까지 나가떨어지는 살얼음판이다. 이런 판국에 현대차 노조 간부들은 뒷돈이나 챙기고 앉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복지기금을 대출해주면서 5억원을 뇌물로 받아 검찰에 걸려들었다. 전국택시노조 위원장 시절 건설사에 빌려준 복지기금 40억원은 아예 떼일 운명이라고 한다. 박봉에다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택시기사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문제의 인물은 비정규직 노사정 협상에서 노조 대표로 참석했다고 한다. 자신을 뽑아준 택시기사들의 인권은 내팽개친 채 어떻게 비정규직 근로자의 인권에 핏대를 세웠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노조의 최대 무기는 도덕성이라는 말은 이제 빈말이 됐다. 일부 간부들이 사리사욕에 눈먼 상황에서 누가 노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국민의 눈에 노조는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조는 경영 투명성을 요구하기에 앞서 내부 투명성부터 높여야 할 것이다. 소수의 직업적 활동가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노동운동은 귀족화.권력화되게 마련이다. 이런 흐름을 견제하고 노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위해서라도 외부 감사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노동계 내부의 자체 정화다. 노동운동의 건강성 회복은 비리 간부 색출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