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교명 변경놓고 학교-학생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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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자대학교(이하 성신여대)가 학생들과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고 교명 변경을 추진하다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22일 학교 홈페이지에는 성신여대 학생처장 명의로 교명 변경에 대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전세계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여자대학교' 또는 'women's university'라고 표기할 경우 일반적인 대학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학교 또는 특정한 사상이나 종교에 편향된 학교라는 편견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어 "대학의 명칭에 '여자'를 포함시키는 것은 구시대적인 유물이며 다른 여대 등과 비교하여 우리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모든 대학교와 비교해 가면서 우리의 수준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라며 교변 변경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교명 변경이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여성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전통을 이어받아 그 전통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학교 측의 설명에 대해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우선 학생들은 의견수렴 과정 없이 학교 측이 독단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측이 9000여명의 학생 중 10%도 안되는 수백명 정도에게만 의견을 묻는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

학생들은 포털 다음의 아고라 이슈 청원란에서 '성신여대의 독단적인 교명 변경에 반대합니다'라는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학교측의 일방적인 처리에 비판하고 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한 학생은 "나의 애교심을 이런 식으로 훼손당하고 싶지 않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교내에 일어나는 중대한 사안에서 발언권을 박탈당하다니. 이건 엄연히 억압이고 탄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도대체 의견 수렴이 어디에서 이루어진건지 궁금하다. 나중엔 쥐도새도 모르게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며 반발했다.

또한, 자신을 2009년도 졸업생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나는 성신여대에 입학했고, 성신여대를 졸업했다. 나의 후배들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며 교명 변경에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성신여대 학생처 관계자는 26일 "앞으로 학생들과 원만한 조율을 해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룸=유혜은 기자 yhe11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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