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C&은 구 여당 것도 수사” 발언 정치권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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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신림역 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C&백화점 건설현장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 백화점은 2013년 6월께 완공 예정이었으나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연합뉴스]

“공정사회가 사정사회로 가는 것 같다.”(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당이 25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태광그룹에 이어 호남 기업인 C&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구(舊) 여권을 겨낭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확히 구 여당 것도 수사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여권과 검찰을 성토했다. 특임장관실 한 관계자가 “장관의 발언은 비자금 수사에서 의혹이 나오면 여야 관계 없이 수사를 덮을 수 없다는 취지의 원론적 얘기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격앙된 감정은 가라앉지 않았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정이 확산되고 있다”며 “만일 기업에 대한 사정이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나 야당 탄압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결코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따끈따끈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하다가 전부 해외로 도피시키고, 1~2년 전에 부도난 기업을 수사하면서 ‘야권이 아니라 구 여권을 겨냥한다’고 하면 구 여권은 누구인가. 전부 민주당에 속해 있다”며 “사정은 결국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또 하나의 사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손학규 대표 체제 출범 후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시점에 ‘구 여권 사정’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면 당이 흔들릴 수 있고, 이미지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는 게 지도부의 판단이다.

 그렇지만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확실한 문제가 나온 건 없지만 항간에 486이나 동교동계 인사들의 이름이 나돌아 다니니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수사에 정치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검찰 수사가 특정인, 특정 정치세력을 겨냥해 시작된 것은 아닐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하고 비판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치권 사정 등의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왜 이렇게 늦게 수사를 하는지 이게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에서도 검찰 수사의 의도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회창 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검찰이 과거 정권하에서 있었던 일을 이제 문제삼는 것이라면 그 경위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고 지나간 권력에 대해선 가혹한 편파수사를 한다는 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용호·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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