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다시 중국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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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다시 중국이다
김준봉 지음, 지상사, 416쪽, 1만8000원

일본이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라면, 중국은 잘 아는 듯하지만 알 수 없는 나라다. 같은 유교문화권이며 이미 우리의 최대 수출대상국이자 투자대상국으로 자리잡아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하지만 그렇다. 정치체제는 사회주의면서 시장경제를 꽃피우고, 외교에 있어서도 우방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할 때가 적지 않다. 그 탓인지 쓴 맛을 보고 온 사업가나 유학생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이 책은 기업가나 유학 희망생들을 위해 중국에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비법'을 짚어주는 안내서다.

'조선족을 내편으로 만드는 비결 9가지', '좋은 파트너를 만드는 10가지 방법', '중국 투자 피해방지 10계명' 등 솔깃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중국에서 망하는 14가지 비법' 등 실패의 위험을 역설적으로 일러주는 부분이 돋보인다. '예쁜 조선족 여자 통역을 데리고 다녀라',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한국의 지방 소도시쯤으로 생각하라'는 망하는 비법(?)이고, '공안이나 고위층과 통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 등은 쉽게 망하는 법이란다. '백두산에 올라 태극기를 휘날리며 애국가 부르기' 등은 완전히 망하는 길이라고 꼬집는다.

단순히 웃어 넘길 수 없는 저자의 지적은 유학생을 위한 충고로 이어진다. 베이징대 등 명문대만 고집하고, 대외한어과 등 한국인 우대과를 찾으며, 졸업장만 받으면 된다는 식은 유학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일깨운다.

저자는 10여 년간 100여 회 이상 중국을 오가면서 현재 중국 대학 강단에도 서는 학자 출신. 그러나 현지 건축사무소 대표를 맡는 등 실무경험 덕인지 책은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지극히 실용적이다. 때문에 앞으로는 중국 유학파가 나라의 기둥이 될 것이라며 중국 유학생 10만 명을 보내고 조선족 학생 10만 명을 데려 오자는 '신 십만양병설'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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