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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 사업, 수질오염 방지가 관건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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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금 우리 강(江)은 시련을 겪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를 꼽자면 홍수를 막고 가뭄에 물을 공급하고자 강을 가로막아 만든 댐 때문이다. 댐에 물을 가둬 두니 수량이 줄어들고, 비가 적게 오는 겨울철에는 수질이 더 나빠지게 됐다. 또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토사가 쌓이고, 하류로 갈수록 강바닥은 높아졌다. 결국 주변 농지보다 높아진 강바닥은 오히려 잦은 홍수 피해를 야기한다. 이는 강을 관리하지 않고 개발만 한 결과다. 얼핏 4대 강 사업의 반대 논리처럼 들리겠지만 이것은 40여 년 전 생활용수와 산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강을 무분별하게 ‘이용’만 했던 우리들의 현실이다. 4대 강 사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값싼 물을 펑펑 쓰는 지금 세대는 제한 급수의 고통을 알까? 서민이 목욕 한 번 하려면 큰 맘 먹고 날을 잡아 대중탕을 찾아야 했다. 물이 없으니 공장을 짓고 경제 개발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있는 물을 긁어모아 쓰기에 바빴다.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홍수 피해 등으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강을 ‘관리’할 생각은 안 했기 때문이다.

 4대 강 사업의 핵심은 높아진 강바닥을 낮추는 준설(浚渫)과 강의 담수 능력을 키우는 보(洑) 건설이다. 일단 강바닥을 준설하는 것은 강을 원상회복시키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작업이다. 또한 과거에 비해 물은 더 많이 필요하지만 더 이상 댐은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강을 잘 관리해 그릇을 키우고, 충분한 양의 물을 담아 사용해야 한다. 이는 가뭄과 홍수 대비는 물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 물 주간’ 행사에서 네덜란드의 한 학자는 온난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강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생태 교란이 크게 우려된다고 보고하면서 강의 수량을 늘릴 것을 제시하고 있다.

 운하 공약 때문에 4대 강 사업은 태생적으로 오해와 반대를 받아 왔다. 그러나 현 정권이 4대 강 사업을 운하로 개조하려 한다 해도 시간이 부족할뿐더러 기술적으로도 힘들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인데 다음 정권이 운하 만들 걱정으로 반대한다면 너무 한가하다고 비판받을 일 아닌가.

 4대 강 사업은 앞으로의 관리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이 사업의 약점으로 수질 문제가 거론되는데 보를 만들어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 물이 썩거나 오염이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수질오염의 핵심은 강에 유입되는 오염물질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울산의 태화강이나 독일의 하천정비 사례와 같이 오염물질 유입을 차단할 시설을 갖춰야 한다. 4대 강 사업에는 오염물질 처리시설과 물 환경을 위한 습지(濕地)를 크게 늘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계획대로라면 40년 전 우리가 무분별하게 사용해 파괴한 강을 다시 살릴 희망이 보인다.

 그간의 강 관리는 일관된 정책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지금은 4대 강 사업에 대한 소모적인 찬반 논쟁보다 4대 강 사업 이후 강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강이 미래의 희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