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동의 중국통신] "이창호만 만나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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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 언론에서도 한동안 "이창호 시대는 끝났다"고 들뜬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창호의 농심신라면배 5연승 우승을 지켜보면서 "역시 이창호"라는 분위기로 변했으며 중국 팬들조차 인터넷 사이트에 이창호의 승리를 기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농심배 최종국에서 패배한 왕시 5단은 "그는 너무 강했다"는 한마디로 이창호와의 첫 대결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한.중의 차이는 사실 이창호 한 사람에 있다. 우리는 이창호가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기술적이든 심리적이든 이창호는 중국 기사보다 우월하다.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계자 중 일부는 "만약 이번 농심배 최종 2명에 왕레이.왕시 대신 구리와 쿵제가 있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라며 농심배 대표 선발 과정의 문제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기원 왕루난 원장은 "중국 기사들은 이창호에게서 배워야 한다. 그는 외부에서 하는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가졌다"고 찬양했다.

창하오 9단은 "많이 두어봐야 이창호가 다른 기사보다 확실히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창호의 놀라운 기세는 그와 기량을 겨룰 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고 기보를 놓아보는 것만으론 절대 느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매일 인터넷으로 시합을 지켜본 천쭈더 중국바둑협회 주석은 "솔직히 나는 가슴이 아프다. 나는 다시 한번 우리가 한국보다 기량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천쭈더 주석은 또 "이창호도 사람이지 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 기사들은 왜 그를 만나면 늘 지는 것인가. 정말 가슴아픈 일"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12일 이창호와 저우허양이 겨루는 춘란배 결승전에 대해서도 저우허양이 아주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동 (cyberoro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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