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G20회의서 환율 논의 진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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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2일 경북 경주에서 시작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환율 문제와 관련해 한 단계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로써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는 환율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다소 벗어나 한결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21일 AFP통신은 경주 재무장관회의 참가국들이 자국 통화의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참가국들은 경주 회의에 앞서 마련한 공동성명 초안에서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 시스템을 더 지향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동시에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자국 통화가치의 빠른 상승을 우려하는 상황을 고려해 “환율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이 초안대로 발표된다면 경쟁적 평가절하로 촉발된 환율갈등이 어느 정도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 문제와 관련해 진전된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은 서울 정상회의에서 앞서 환율 갈등을 서둘러 풀어야 한다는 국제적인 압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도 부각됐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중국이 금리를 올리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고 있다”며 “다퉈봐야 (선진국과 신흥국) 양쪽 모두 손해이고 이대로 가면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환율 문제는) 합의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경주 회의에 참석하는 100여명의 주요국 고위급 인사들은 22일 오후 경주 힐튼호텔에서 회의를 시작한 뒤, 환율 문제를 포함한 글로벌 경제현안을 2시간 정도 논의한다.

 이어 자리를 신라시대 연못인 안압지로 옮겨 저녁을 함께한다. ‘안압지 만찬’엔 소형 원탁 7개를 배치해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현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했다.

 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같은 테이블에는 회의 전반의 운영을 책임지는 스티어링그룹 멤버인 영국·프랑스·캐나다 장관과 IMF총재, 세계은행(WB) 총재 등이 앉는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테이블에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스티어링그룹 중앙은행 총재들이 자리 잡는다.

 만찬 장소를 안압지로 정한 것은 실내를 벗어나 밤하늘을 바라보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출하자는 의도에서다.

서경호·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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