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생활 15년 … 이왈종 화백이 그린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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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이왈종 씨가 자연과 하나 되어 그린 '서귀포 생활의 중도'(上)와 '빨간책'이라고 이름지어 선보인 '춘화첩'의 한 장면.

화가 이왈종(60)씨는 제주도에 산다. 마흔다섯 되던 해에 서울을 버리고 꽃과 나무와 바다를 찾아 섬으로 갔다. 동백 심고 낮잠 자고 골프 치며 살아온 15년 세월이 화면 속에 들어앉았다. 가장 행복하고 따뜻한 그림이다. 그의 대표작 제목처럼 '생활 속에서' 그대로다.

이어진 '생활의 중도(中道)' 또한 그가 자연 속에 풀어놓은 마음의 상태를 그냥 드러낸다. 물고기와 새가 어우러지고 사람과 동물이 손잡는 그림은 작가가 이상향으로 바라보는 중도의 세계다. 이제는 '꿈과 일상의 중도'에 이르렀다.

3~20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여는 개인전은 환갑인 작가의 나이를 잊게 만든다.

꽃은 더 붉게 흐드러지고 새는 더 높이 지저귀며 삶이 얼마나 아름다우냐고 노래한다. 화가에게 중도는 자연의 순리를 즐겁게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근작인 '서귀포 생활의 중도'에서 생명붙이는 모두 하나로 춤추며 화면을 물들이고 있다. 나무판을 새기고 색을 입히거나 종이 반죽을 붙여 채색한 돋을새김 작품도 나왔다. 큼직한 도조도 내놨다. 작가는 재료나 소재에서 거침이 없는 새로운 중도의 길에 들어선 듯 보인다.

이번 전시가 더 즐거운 것은 이씨가 때때로 그려온 춘화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갤러리 현대에 이웃한 두가헌에서 50돈짜리 순금판에 새긴 춘화를 18세 이상 관람객에게만 내놓는다. 특히 서양화단의 거장인 파블로 피카소의 춘화급 판화가 함께 전시돼 분홍빛 동서양화를 비교할 수 있는 자리가 되고 있다. 02-734-6111.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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