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 중심주의' 형사재판 해보니…] 법원·검찰은 이렇게 대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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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 중심주의 재판에 대해 법원과 검찰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법원이 적극 찬성하는 반면 검찰은 마지못해 따라가는 모양새다.

대법원이 공판 중심주의 도입을 선언한 것은 2003년 3월. 수사기관의 무리한 조사나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법원이 막겠다는 것이 취지였다. 이에 따라 328개이던 전국 법원의 형사재판부를 387개로 늘렸다. 판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던 공판 날짜도 증인 출석이 가능한지 등을 따져 탄력적으로 잡도록 했다.

사법개혁위원회는 지난해 공판 중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면서 법원에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는 첫 공판 날짜 이전에 검사가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반드시 수사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법정에서 증인들의 진술 차이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여러 증인을 같은 날 한꺼번에 신문할 수 있게 하고 재판의 연속성을 위해 며칠씩 계속해 재판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포함됐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초 변호인과 피고인이 나란히 법정에 앉도록 법정 구조를 바꿀 예정이다. 현재 법정은 피고인이 재판장을 마주보고 앉고 피고인의 왼쪽에 검사석이, 오른쪽에 변호인석이 있다. 피고인이 부인할 경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판결한 것도 공판 중심주의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검찰은 공판 중심주의가 수사를 어렵게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공판 중심주의를 대세로 인정하면서 과학수사 기법 개발에 힘쓰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올해 초 검찰이 '자백 감형제도(plea bargaining)'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연장선 위에 있다. 이 제도는 자백할 경우 검찰이 형량을 깎아주겠다고 피의자에게 약속하고 법원이 이를 판결에 반영하거나, 검찰이 혐의 사실의 일부를 기소하지 않는 것이다. 당사자의 자백이 필수적인 뇌물 사건 등에서 수사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법정 공방에서 검사가 이길 수 있도록 다양한 신문 기법을 담은 교본을 제작중이다. 법무연수원의 검사 재교육 프로그램의 공판 관련 교육시간을 현행 2시간에서 6시간으로 늘릴 예정이다.

검찰은 조사를 받은 피의자가 자필로 '조사과정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최근 지방검찰청에 지시했다. 법원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제한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김종문.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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