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사가 자식인 나보다 아버지 더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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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우리 가족을 짓눌렀던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덜어 준 건 말할 것도 없고 직장까지 다시 얻어 월급도 100만원 넘게 받고 있어요. 이젠 날아갈 것 같습니다.”

 김광일(58·사진)씨는 경기도 가평의 한 아파트에서 6년째 하반신을 못 쓰는 아버지 김정남(85)씨를 수발하고 있다.

 “아버지가 쓰러졌을 때 서울로 모시려 했지만 한사코 안 오시겠다는 겁니다. 할 수 없이 장남인 제가 혼자 내려와 아버지를 모시게 됐어요. ”

 수발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방의 용변을 치울 때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마스크와 비닐장갑으로 중무장하고도 토할 것 같았다고 한다. 목욕 시킬 때, 할 줄도 모르던 밥과 반찬을 열심히 만들면 맛이 없다고 투정을 할 때는 효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온데간데 없어지더라고 한다.

 그렇게 3년여가 지난 2008년 8월 요양보험 대상이 됐다.

 “어느 자식도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없을 거예요. 정신상태도 안정됐고 방에 실례하는 일도 없어요. 얼굴도 눈에 띄게 도톰해지셨어요.”

 아버지에게 들어가는 80만원 중 김씨 부담은 11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김씨는 요양보호사 덕분에 휴게소 지배인으로 취직했다.



◆시니어 취재팀 명단

김성호(70·파이낸셜뉴스 주필) 전 중앙일보 수석 논설위원
한규남(74)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대리
정규웅(69·문학평론가)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재봉(65·방통심의위 보도·교양 특별위원장) 전 중앙일보 사회부 차장
신종수(67·(주)데카 고문) 전 중앙일보 편집국 부국장
곽태형(61·사진 에세이스트) 전 중앙일보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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