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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백” … 2년 만에 밝혀진 ‘온두라스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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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살인 혐의로 1년2개월간 온두라스에서 구금과 가택연금을 당해온 한국인 한지수(27·여)씨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외교통상부가 17일 밝혔다. 한씨는 2008년 8월 스킨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 온두라스 로아탄섬에 머물던 중 발생한 네덜란드 여성 마리스카 마스트(당시 23세)의 살인사건에 연루돼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이집트로 건너가 다이빙을 가르쳤으며 지난해 8월 한국으로 귀국하려다 인터폴 공조로 현지 경찰에 붙잡혀 온두라스로 소환됐다.

함께 이 사건에 연루된 호주 출신 다이빙 강사 댄 로스(31)는 한씨와 같은 집에 살았으며, 사건 직후 경찰에 붙잡혔다가 5일 뒤 풀려난 뒤 호주로 출국했으나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집세를 아끼려 함께 살던 한씨와 로스는 사건 당일 숨진 마스트와 함께 술집에 있었으나 한씨는 먼저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008년 8월 26일자에서 “로스는 함께 술을 마신 23세 네덜란드 여성(마스트를 지칭)이 자신의 집 화장실에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한국인 여성과 함께 병원에 옮겼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씨는 온두라스에서 4개월간 옥살이를 한 끝에 그해 12월 가석방된 뒤 제2 도시인 산 페드로 술라 소재 한인교회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왔다. 최종(2심) 판결은 11월 5일에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온두라스는 2심제로, 2심은 법률 검토만 하는 수준이라 사실상 무죄로 확정됐다고 본다”며 “11월 초에는 사건이 마무리돼 한씨가 귀국할 수 있을 걸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씨는 체포된 뒤 줄곧 무죄를 주장해왔으나 온두라스 당국은 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상황은 한씨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온두라스 주재 우리 대사관과 정부도 초기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여름 생업을 팽개치고 현지로 날아간 한씨 아버지가 면회를 통해 건네받은 한씨의 편지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이 사건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트위터엔 정부의 무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온라인카페 ‘only for 한지수’(cafe.daum.net/onlyforhan) 회원들은 관련 소식을 매일 올리고 한씨 후원 바자를 열기도 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포르피리오 로보 온두라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사건에 한국민의 관심이 크다”며 공정한 재판을 요청했다. 외교부도 지난 11일 재외국민보호과 직원 2명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과장을 온두라스에 파견해 관계 당국과 현지 전문가들에게 온두라스 검찰에 의한 부검 결과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도록 했다. 원종온 주온두라스 대사도 사건 담당자들을 직접 만나 공정한 재판이 되도록 부탁해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온두라스 검찰이 처음부터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며 “정부가 외교적 채널을 동원해 공정한 절차를 촉구해온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선고 직후인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온두라스 검찰에서 증인을 14명이나 내세웠으나 혐의를 증명할 충분한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판사 3명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며 “그동안 도와주신 많은 분께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한지수씨 수감에서 무죄 선고까지

2008년 8월 스킨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취득 위해 온두라스에 머물던 중 로아탄섬서 발생한 네덜란드 여성 살인 사건에 연루

2009년 8월 이집트에서 체포

2009년 12월 가석방, 이후 현재까지 온두라스 산 페드로 술라의 한인교회에서 가택연금

2010년 6월 이명박 대통령, 로보 온두라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씨 사건에 대한 공정한 재판 요청

2010년 10월 11일 외교통상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문가 등 온두라스행, 재판 지원

2010년 10월 17일 법원, 1심에서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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