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 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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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앙일보가 연중기획으로 준비한 ‘보수 - 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의 9월 토론회가 지난달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문진영 서강대 교수,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김상균 서울대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 [김형수 기자]


보다 좋은 삶을 만들어가자는 데 반대할 이는 없다. 좋은 삶은 복지제도와 직결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정책 과제로 ‘공정한 사회’를 내세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좌파와 우파, 여당과 야당의 구분이 원론적 차원에선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돈이다. 어떻게 재정을 마련해 복지를 확대할 것인가.

연중 기획 ‘보수-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의 9월 토론회는 복지 분야에 포커스를 맞췄다. ‘복지 확대’라는 목표에선 보수-진보 양측 모두 공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사회복지 수준이 최하위권이란 점, 중산층 붕괴와 빈곤층 증가는 사회통합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차이는 속도와 정도 문제였다.

 토론회는 ‘사회복지, 미국 모델인가, 유럽 모델인가’를 주제로 지난달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와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가 각각 보수와 진보의 입장을 대변했다. 사회는 김상균 서울대 교수가 맡았고,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와 문진영 서강대 교수가 보수·진보 측 토론자로 나섰다.

 복지정책이 일자리를 늘리는 일과 연계돼야 한다는 점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태수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일자리 복지-학습 복지-사회복지’를 치밀하게 연결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복지와 경제는 대립관계가 아니라 선순환 관계로 봐야 한다. 국민들이 교육·의료·주거·아동 양육·노후 등에 대해 느끼고 있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보편적인 복지를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재정을 늘이기 위해 복지세 같은 목적세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 다수를 겨냥한 복지제도를 진보 쪽이 선호한 반면, 보수 쪽은 좀 더 선별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했다. 안종범 교수는 복지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정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예컨대 빈곤층 지원만 해도, 어떤 유형과 어떤 지역의 국민이 가장 어렵게 살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령별로는 노인층 빈곤이 가장 심각하며 그 중 여성이 가장 취약한 상태라고 했다. “홀로 사는 할머니가 제일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보다 미시적인 접근으로 정책의 효과를 높여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세를 도입하자는 진보 측 주장에 보수 쪽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성규 교수는 “시대상황과 사회적 합의를 반영해 일반예산에서 우선순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진영 교수는 “사회복지 문제인데도 우리 사회에서 잘 논의되지 않는 것이 있다”며 “퇴직금·특수직업 연금·낙태·해외입양 문제 등은 이념을 떠나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사회복지 관련 보수-진보 의 합의 사항

① 중산층 붕괴, 빈곤층 확대를 막기 위해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와 사회복지 서비스 확충이 시급하다.

② 근로 기회·능력 제고를 위해 복지정책을 고용·인적자원 개발정책과 연계시키자.

③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국민적 합의 수준을 높이자.

복지국가의 모형은 이념대립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의 발전에 맞는 합리적 기준을 세우자. 국민생활 불안정과 양극화 해소, 경제성장과의 선순환, 복지재정 조달가능성 등이 기준이 돼야 한다.

④ 국민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제도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제도를 적절히 혼합하자.


기초보장은 국가가 담당하고 추가보장은 민간참여 유도를

분배구조 악화 원인을 단편적으로 진단해선 곤란하다. 정부 개입이 필요하지만, 정부 정책이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실효성이 부족한 수단으로 새로운 정책을 끊임없이 만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정책수단의 선택을 최적화 하고, 정책효과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저출산·인구고령화·남북통일 등을 고려할 때 복지지출의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다. 복지재정 확충은 장기적 안목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복지지출 증대계획을 수립하고, 부문별 우선순위를 정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국 복지국가의 미래는 지속 가능한 다층복지체계의 구축이 중심이 돼야 한다. 기초보장은 국가가 담당하고, 추가적 보장은 민간참여를 유도하는 체제를 구축하자.

보수 안종범 교수 (성균관대)



일자리복지·학습복지·사회복지 하나로 묶는 정책 설계 필요

한국사회의 정책은 복지정책을 어떻게 경제·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겠느냐에 집중돼야 한다. 경제우선주의 철학과 잔여주의적 복지이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점증주의적 방식도 버려야 한다. 일자리복지(jobfare), 학습복지(learnfare), 사회복지(welfare)를 연결하는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사회복지서비스분야의 확대 및 광범위한 일자리 창출, 아동수당의 도입, 적정 급여수준의 기초연금제 도입, 건강보험의 보장수준 향상, 고용보험의 현실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혁신적 재설계 및 전달체계의 공공성 확보 등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담세율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세수·세원 확대에 집중한다면 재원조달에 커다란 제약이 없을 것이다.

진보 이태수 교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10월 토론 안내=10월 토론은 26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주제는 ‘세계화, 어떤 개방을 이룰 것인가’. 토론은 연말까지 매달 1회 열린다. 중앙일보와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김세원)가 공동 주최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박효종), 좋은정책포럼(대표 김형기), 한국개발원(KDI·원장 현오석)이 공동 주관한다.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 02-2180-27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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