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국정연설] 연설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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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국회 연설은 시종 부드럽게 진행됐다. 25일 오전 국회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곧장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여야 5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이 그를 맞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 연설문에 '선진 한국'이라는 말이 있다"며 "이는 한나라당이 지난해 세미나도 열고 해서 만든 개념"이라고 말을 꺼냈다. 노 대통령은 웃으며 "한나라당도 지금 다듬고 있는 개념으로 안다"며 "같이 선진 한국을 만들자"고 답했다.

▶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각당 대표들과의 환담에 앞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김춘식 기자

이어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지적 재산권을 인정해 달라"고 농담을 건넸다. 노 대통령도 "사실관계가 인정되면 로열티를 지급하겠다"며 "선진 한국이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이라면 대통령에게 입당교섭을 한 번 해보라"고 농 섞인 답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웃으며 "긴급회의를 열어 검토할 사안"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해외 출장을 떠나는) 김원기 국회의장이 돌아오면 이렇게 한 번 보자"며 여야 지도부 초청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오전 10시2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노 대통령을 열린우리당 의원은 기립 박수로 맞았다. 그러나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하고 박수를 치지 않았다. 40여분에 걸친 연설 도중 여당 의석에선 20여 차례의 박수가 터졌다. 이때도 한나라당 의석은 대부분 침묵을 지켰다. 민주노동당 의석에서도 박수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분노.증오로 반목하게 하는 것은 정치인이 발명한 득표수단 중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며 지역주의를 비난하자 한나라당 의석이 잠시 술렁였다. "변화된 세상은 변화된 눈으로 읽어 달라"는 노 대통령의 요청도 있었다. 박근혜 대표는 과거사 진상규명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연설문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연설 중반에 노 대통령이 "얼마 전 정부의 경쟁력을 40위권이라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30위권"이라고 하자 의석에 있던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잘했어"라며 농담 섞인 추임새를 넣었다.

이에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하자 여야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연설 말미에 노 대통령이 다시 "(선진 한국 개념에 대해) 한나라당이 증명자료를 제출하면 제가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며 원고에 없는 발언을 하자 폭소와 함께 여야 모두에서 박수가 터졌다.

연설을 마친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의석 쪽으로 내려와 이계진.박형준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과 먼저 악수를 했다. 이어 여당 의원들과도 악수한 뒤 김덕규.박희태 국회부의장의 배웅을 받으며 국회를 떠났다.

◆ "겸허한 성찰" "변명으로 일관"=열린우리당 임종석 대변인은 이날 연설에 대해 "겸허한 성찰과 현실적 전략, 혁신의 자세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대통령이 지난 2년을 반성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이런 자세는 적어도 1년 전에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서민을 위한 구체적 정책 없는 민생 경제는 허구"라고 했고, 민주당은 "미래에 대한 비전은 없고 과거에 대한 변명만 늘어놨다"고 비판했다. 자민련은 "북핵 문제에 대해 형식.원론적 언급만 했다"고 논평했다.

김선하.이가영 기자<odinelec@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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