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항라운지] 유럽 짐꾼들 도둑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유럽에서 비행기 여행을 하다보면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승객들이 탑승할 때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낑낑거리며 들고 타는 것이다. 그래서 일찍 비행기에 오르지 않으면 가방 놓을 자리가 없어 헤매기 일쑤다.

항공 여행을 할 때 웬만한 짐은 모두 부치고 홀가분하게 비행기에 오르는 우리와는 딴판이다. 왜 그들은 굳이 여행가방을 들고 타는 수고를 하는 것일까.

항공사 관계자들은 "유럽에선 화물칸을 통해 가방을 부칠 경우 도난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승객이 탑승 전에 부친 화물은 검색대를 통과한 뒤에 지상 조업인력(짐꾼)들에 의해 비행기 화물칸으로 보내진다. 이 때 짐꾼들이 여행가방을 열고 물건을 도둑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검색대를 통과할 때 돈이나 귀중품으로 여겨지는 물건이 화면에 뜨면 점찍어 두었다가 비행기로 옮겨 싣기 직전에 일을 벌인다고 한다.아예 몇 명이 담합해 조직적으로 훔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튼튼한 여행가방을 어떻게 여는 것일까.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하드케이스 여행가방을 가진 여행객은 짐을 찾을 때 가방 모서리가 찌그러진 것을 목격할 때가 있다.이럴 경우 도난을 의심해야 한다.

하드케이스 여행가방은 위에서 아래로 가방의 모서리를 겨냥해 떨어뜨리면 이음새가 어긋나는데 도둑은 벌어진 틈새를 통해 물건을 꺼낸 뒤 이음새를 적당히 맞추고 비행기에 싣는다.

지퍼가 달린 가방은 더욱 쉽다. 뾰족한 볼펜 끝을 지퍼가 맞물린 곳에 푹 찔러넣어 가방을 벌린 뒤 물건을 꺼낸다. 아예 칼로 째고 물건을 슬쩍해 가는 과감한 도둑들도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유럽에서만 비행기 화물 도난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 공항에서도 항공기 화물사고는 종종 벌어진다.

화물칸으로 온 고가의 루이뷔통 가방이 통째로 사라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고 한 외국계 여행사 관계자는 전한다.

부친 화물을 잃어버리면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보상이래야 고작 국제항공규약에 따라 kg당 20달러, 최고 400달러 정도다. 그래서 항공사 측은 "귀중품은 항공권을 끊을 때 항공사에 신고하라"고 당부한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외국의 지상조업인력들이 문제가 많다는 것은 여행상식"이라며 "여행가방에는 옷가지 등 비싸지 않은 생활용품을 주로 넣고 고가품은 직접 소지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특히 "절대로 돈은 가방에 넣지 말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김기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