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법원 ‘변양호 무죄’ 확정이 던진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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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은 비뚤어진 국민감정과 이에 편승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경종(警鐘)을 울리는 사건이다. 개인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안겨주었고, 사회적으로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치르게 했다. 어제 대법원이 변양호씨에 대해 무죄를 확정함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됐다. 대법원은 “금융기관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직무상 신념에 따른 정책 선택과 판단의 문제여서 배임(背任)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외환은행 매각 논란은 2006년 초 “미국계 사모(私募) 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했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로 촉발됐다. 관련자들이 외국 투기자본에 특혜를 줬다는 일각의 주장에 국민감정이 악화되자 국세청과 감사원이 나섰고,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할 당시의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던 변양호씨가 대표적인 희생양에 올랐다. 변씨는 론스타와 공모해 고의로 자산을 저평가하고 부실을 부풀려 정상가격보다 3443억∼8252억원 낮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팔아넘긴 혐의로 2006년 말 기소됐다. 하지만 1, 2심에서 “사전 공모했다거나 압력을 넣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고,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번 판결을 ‘포퓰리즘 수사’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합리적 증거와 의심을 소홀히 한 채 외국 자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대 수사를 벌였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변씨를 외환은행 매각 사건과는 무관한 수뢰 혐의로 ‘별건(別件) 구속’한 게 그 방증이다. 수뢰 혐의도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으니 궁박한 상황을 만들어 무리한 증언을 끌어내려는 수사편의주의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은 잘못된 수사관행을 털어내고, 292일 동안 구금됐던 변씨의 ‘억울한 옥살이’에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변씨 사건은 정책적인 판단을 했다가 나중에 잘못 걸리면 큰 변을 당할 수 있다는 ‘변양호 신드롬’을 공직사회에 퍼뜨렸던 게 사실이다. 이번 대법 판결을 계기로 공직사회는 만연된 보신주의(保身主義)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