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최문순 MBC호' 풀어야 할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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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충격요법이 필요했을까. 방송문화진흥회는 MBC의 총체적 난국을 극복할 대안으로 파격과 개혁을 선택했다. 다음달부터 줄지어 열릴 19개 지방계열사와 7개 자회사 등의 인사에서도 '40대 사장 돌풍'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MBC 내부는 어떤 폭풍이 어느 강도로 불어올 것인지를 놓고 뒤숭숭한 분위기. 한 간부는 23일 "신임 사장의 복안을 알거든 좀 말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MBC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건 KBS.SBS 등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 MBC의 변화가 방송개혁의 거센 물결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MBC 노조는 23일 성명을 내 확실한 개혁을 요구했다. 노조는 "그간 경영진은 일 중심의 조직 개편이나 제작 현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 보직 간부 축소, 지역국 기능 조정 같은 시급한 과제들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다" 며 "40대 젊은 사장의 등장에는 이런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는 열망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 MBC가 풀어야 할 숙제들=MBC 직원들은 요즘을 "창사 이래 최고의 위기"라고 말한다. 우선 시청률의 급격한 하락. 지난해 드라마 '대장금' 이후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트콤 '조선에서 왔소이다' 등이 시청률 저조로 줄줄이 조기종영됐다. '영웅시대'는 외압 시비와 함께 30회를 줄여 막을 내린다. 한때 간판 뉴스였던 '뉴스데스크'는 KBS 메인뉴스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광고수입의 급감으로 인해 자금 사정도 어려워졌다. 여기에 최근 벌어진 SBS와의 '과도한 전쟁' '명품 핸드백 사건' 등은 방송사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게 했다. 이번 사장 선거 과정에선 세대별 갈등도 뚜렷이 표출됐다. 이런저런 이유로 MBC는 조직 전체가 침체돼 있는 상황이다. 최문순 사장 내정자가 과감한 조직 개편을 선언한 것도 새 바람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70%, 정수장학회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는 MBC는 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영과 민영 사이의 어정쩡한 구조라는 것이다. 방송개혁 논의가 나올 때마다 'MBC 민영화론'이 함께 터져 나온다. MBC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소유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신임 사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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