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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한국에서 자랐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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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그런 때문인지 “성공의 열쇠는 교육”이란 주제는 오바마의 단골 연설 메뉴다. 얼마 전 새 학기를 맞아 이뤄진 학교 방문 연설에서도 그는 자신의 10대 시절 방황을 예로 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뒤 한 달간 한국 교육에 대한 칭찬을 네댓 번이나 반복하고 있다. 한국 아이들은 비디오 게임이나 TV를 보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수학과 과학,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이런 교육열 덕분에 한국은 가난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같은 얘기를 되풀이는 것을 보면 뭔가 깊이 느낀 바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오바마가 간과하는 게 있다. 사교육이나 교육계 고질적 비리 같은 우리 교육의 어두운 면을 말하는 게 아니다. 미국 교육에선 청소년기 한때의 방황을 감싸 안고 계속 기회를 주는 넉넉함이나 여유가 느껴진다는 얘기다. 미국에선 대학 편입이나 대학원 진학이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편이다. 노력만 하면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법으로 편입을 보장해 주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평생교육 이념에 따라 일반인에게 단기 대학교육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칼리지란 게 있다. 전 국민에게 열린 대학인데 2년제여서 우리의 전문대학과 비슷한 위치다. 이런 커뮤니티 칼리지가 전국적으론 1200개나 되는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성적이 괜찮으면 주립대학에선 의무적으로 편입을 받아야만 한다. 지난달 말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주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이 평균 C 이상 성적으로 60학점을 이수하면 캘리포니아 주립대 캘스테이트 계열 캠퍼스에 편입을 보장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버지니아주를 비롯한 많은 주의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MIT를 비롯한 유명 사립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 한 번의 입학시험으로 대학이 결정되는 우리 시스템에 미국식 편입제를 도입하면 어떨까. 마침 공정사회란 공평한 기회를 주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란 정의도 나왔다. 미국처럼 대학 간, 혹은 대학원 진학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활발해지면 전문대학도 살리고 제2, 제3의 오바마가 한국에서 탄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최상연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