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북한 초청 있으면 갈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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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얼굴)전 대통령이 북핵문제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이 핵 보유를 공언하고 6자회담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부터다.

DJ는 "북한의 돌발적인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며 "당당하게 6자회담에 나가 북한의 생각을 주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북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21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일 북쪽에서 민족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한번 와 달라는 초청이 있으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사로 가는 것은 합당치 않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북핵 해법을 둘러싼 그의 인식과 대응에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DJ는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은 정상들이 해결할 문제이지 전직 대통령인 내가 나설 문제가 아니다"고 말해 왔다.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장소는 중요한 문제다. 지금까지는 김정일 위원장이 꼭 남한으로 내려와 셔틀회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DJ가 적극적인 중재 의사를 비추면서 의욕을 보이는 이유는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선 "남북 관계가 더 위험한 수준으로 빠져들기 전에 나름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첫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당사자로서 최근의 북핵 사태로 남북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불만도 작용한 것같다. DJ는 부시 대통령과 강경파들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끌고가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이를 구실로 군사력을 증대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주한미군 병력 감축, 이라크 파병 등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도 남북 문제에서 한국의 발언권과 주도권이 존중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한다. 한 측근은 "김정일 위원장이 결국 답방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는 북한 체제를 부정하는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때문으로 우리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DJ가 미국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북한이 (핵보유) 카드를 내놨으니까 미국도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카드를 내놓고 얘기해야 한다"며 "6자회담 참석국들도 북한만 밀어붙일 게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내놓을 걸 내놓도록 요구해야만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DJ는 남북한과 미국이 3자 평화협정을 맺어 체제안전보장을 해주는 방안 등을 해법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DJ의 방북성사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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