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슈] 교과부, 학생안전 강화 한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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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김수철 사건’(초등생 납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정부는 전국에서 1000개의 학교를 골라 ‘학생안전 강화학교’로 지정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사건이 발생한 문제 학교의 이름은 빠져 있다고 한나라당 김선동(사진) 의원이 8일 지적했다.

김 의원이 8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과부는 김수철 사건 직후 성폭력 등 범죄에 취약한 학교를 ‘학생안전 강화학교’로 선정해 보호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교과부와 경찰청은 전국 5855개 초등학교에 대해 안전진단 및 방범진단을 벌여 1000개를 안전 강화학교로 선정했으나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서울 영등포의 초등학교는 제외했다. 2008년 4월 상급생·중학생들의 집단 성폭행사건이 발생한 대구의 한 초등학교도 선정 대상에서 빠졌다.

김 의원은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라며 “교과부는 ‘성폭행사건 빈도’나 ‘성범죄자 거주 숫자’와 같은 객관적 기준에 근거하지 않고 교육청별로 20%씩 일률적으로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각 시·도 교육청·경찰청이 초등학교를 선정한 사유 중에 ‘서민형 빌라나 단독주택이 많다’거나 ‘저소득층 임대아파트가 주변에 있다’(광주교육·경찰청), ‘다문화가정이 다수 거주한다’(울산교육·경찰청)는 등 타당성이 부족한 것들도 있다고 김 의원은 꼬집었다. ‘도로상에 불법 주·정차가 심해 등·하교 시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충북교육청)면서 학생안전 강화학교 선정 취지 자체를 오해한 곳도 있었다. 경남교육청 산하 밀양의 한 초등학교는 “상대적 저소득층 밀집 주거지역으로 술주정꾼, 홀아비가 많다”는 이유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전국 교육청에 서면으로 물은 결과에 따르면 교과부가 올 6월 23일 발표한 ‘초등학교 365일 안전학교 만들기’ 정책대로 ‘학생안전 강화학교’의 경비인력을 청원경찰로 충원한 교육청은 한 곳도 없었다. 시·도 교육청들이 “청원경찰은 정규직으로 정년을 보장해야 하고, 예산도 많이 든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김수철 사건 학교가 빠진 것을 처음 알았지만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학교가 과거의 수위실, 경비실 같은 것을 만들어 거기서 외부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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