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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세종대왕 이름부터 제대로 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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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글날을 맞아 다른 임금은 몰라도 세종대왕만은 그 이름을 국민이 올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국사 교육을 소홀히 하다 보니, 세종대왕의 ‘세종(世宗)’이 이름인 줄 아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세종’은 세종대왕 자신도 생존 시에는 전연 들어보지 못한 칭호다. 다시 말해서 ‘세종’은 돌아가신 뒤에 그 공적과 덕망을 살펴 후임 왕과 조정대신들이 정한 묘호(廟號·종묘에서 그 신주를 부르는 호칭)다.

세종대왕께서는 세상을 널리 평화롭게 덕망으로 다스렸기 때문에 ‘인간 세(世)’와 ‘마루 종(宗)’을 취하여 묘호를 정한 것이다. 묘호에서 조(祖)와 종(宗)의 구별은 조공종덕(祖功宗德), 즉 공이 있는 왕은 ‘조’를, 덕이 있는 왕은 ‘종’을 취함을 원칙으로 하였다.

 세종대왕이 왕자로 있을 때는 충녕군(忠寧君)이라 칭하였지만, 그의 본래 이름은 따로 있었다. 세종대왕이 출생했을 때 이름은 ‘祹(도)’다. 이는 흔하지 않은 글자다. 왕자의 이름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한자를 쓰면 백성들은 그 글자를 피해야 하므로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하여 글자를 만들어 썼기 때문이다.

 祹자는 福(복 복) 또는 祥(상서 상)에서 示(보일 시)를 취하고, 陶(질그릇 도)의 본글자로서 바로잡다의 뜻이 있는 匋(도)를 합쳐 ‘복’ 또는 ‘상서롭다’의 뜻으로 祹(복도)를 만들어 세종대왕의 휘자(이름)로 취하였다.

 그러나 후대 문헌에서 祹를 ‘裪’자로 잘못 기록한 것도 적지 않다. 裪는 일반 자전에 올라 있는 한자로 ‘옷소매끝 도’이므로 왕자의 이름으로 취할 수 없는 뜻의 글자다. 더구나 세종대왕의 형제들의 이름을 보면 禔(제, 양녕대군), (보, 효녕대군), (종,성녕대군) 등 12형제가 모두 ‘示(시)’ 부수자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외자 이름일 때는 일반인들도 부수자를 같이 하는 것으로 항렬자를 삼는 것이다.

 옛 문헌에도 잘못 기록된 것이 있음을 모르고 세종대왕의 이름을 裪가 맞다고 주장하는 것은 깊이 따져보지 않은 탓이다. 이런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이덕무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는 ‘李示旁匋, 我世宗諱(이시방도 아세종휘)’와 같이 세종의 휘는 ‘示’ 옆에 ‘匋’를 쓴다고 분명히 밝혀 놓았다.

이번 기회에 한글학회의 자문으로 만들어진 광화문광장의 ‘세종이야기’에 裪로 잘못 써 놓은 것을 祹로 정정하고, 선원보(璿源譜, 왕실 족보의 일종)를 비롯하여 각종사전에서도 裪를 祹로 고쳐야 한다. 전 국민이 세종대왕의 휘자를 올바로 알아 인류 사상 위대한 훈민정음을 창제한 거룩한 뜻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진태하 인제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