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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단위 변경 재추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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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위조 지폐가 급증함에 따라 현 지폐의 도안을 전면 교체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기왕 하는 김에 화폐 단위를 1000분의 1로 줄이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도 함께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돈 1000원을 갖고는 사실상 외출하기 어렵다. 전철 또는 시내버스 기본 요금(800원)을 내고 나면 200원만 남을 만큼 적은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0이란 숫자 뒤에 유로나 달러, 위안 또는 엔이 붙으면 사정이 다르다. 우리 돈으로 치면 각각 140만원, 103만원, 12만4000원, 1만원에 해당한다. 그만큼 우리 돈의 가치가 낮은 것이다. 환전할 때마다 우리 돈이 마치 검불 같게 느껴져 자존심이 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더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화폐 가치가 가장 낮았던 터키가 올 1월 1일을 기해 100만분의 1로 리디노미네이션을 했다. 그 바람에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력을 가진 우리나라가 터키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됐다.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선 사회적 혼란을 걱정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는 우리 국민의 역량을 모르고 하는 걱정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우리가 아닌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개월가량 시행 준비기간을 넉넉히 잡으면 별다른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우승남.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