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서울] “삼청동 매력인 한옥·골목길 줄고 국적불명 상가 침범해 속상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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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래된 집을 왜 자꾸 뜯어내는지 모르겠어요.”

서울 삼청동 사랑이 남다른 호주인 메리 제인(45·사진)의 말이다. 제인은 2000년 주한 호주대사관에 1등 서기관으로 부임하면서 서울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서울에 부임한 첫해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다. 현재는 주한 호주상공회의소 이사로 호주와 한국 기업들의 교류를 위해 애쓰고 있다.

제인은 삼청공원 맞은편에 산다. 결혼 직후 가회동에 거주하다 삼청동으로 이사했다. 그는 “삼청동엔 수제비집 같은 맛집, 정감 있는 이웃들, 비원이나 경복궁의 우거진 녹음까지 없는 게 없는 동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삼청동의 좁은 골목길과 한옥의 처마는 세계 어느 도시에 가도 찾아볼 수 없는 매력적인 풍경”이라고 강조했다.

제인 부부와 아이 셋은 저녁식사 후 자주 삼청동길을 산책한다. 집에서 삼청동길을 따라 내려와 정독도서관까지가 주요 산책 코스다. 하지만 “최근 삼청동이 자꾸 매력을 잃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삼청동이 유명해지면서 좁은 골목길 안까지 고택이 헐리고 국적 불명의 상가가 침범해 들어오는 것이 안타깝다는 설명이다.

고풍스러움과 현재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것이 매력인데 국적 불명의 건물과 가게가 생겨나 삼청동의 매력을 죽인다고 꼬집었다. 특히 한 집 건너 카페나 와플 전문점, 스파게티집이 들어서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그래서야 삼청동이 뉴욕(미국)이나 밀라노(이탈리아)의 어느 골목길과 다를 게 뭐냐는 것이다.

골목길 안까지 파고든 가게들도 전면은 통유리, 외관은 시멘트, 모양은 박스로 획일적이라고 한다. 그는 “삼청동이 강남이 아니지 않으냐?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와플·커피·스파게티 먹으려 삼청동을 방문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제인은 “삼청동의 매력을 지키기 위해 체계적인 계획과 관리가 필요하다”며 “외국인을 위해서라면 삼청동과 어울리는 최소한의 안내판 정도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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