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주택 장점 살린 휴먼타운 5곳 조성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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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내년부터 서울시가 연남동·북가좌동 등 5곳에 휴먼타운을 조성한다. 또 구청과 주민들로부터 구별로 두 곳씩 신청을 받아 내년 하반기까지 50곳 이상의 휴먼타운 조성지를 지정한다. 휴먼타운은 다세대나 단독 주택 밀집지역을 고층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지 않고 기존 주택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방범이나 주차장 등의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신개념의 주거지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은 3일 “다세대주택이 밀집돼 있는 마포구 연남동과 서대문구 북가좌동 두 곳에 내년 초부터 휴먼타운을 조성한다”며 “주민들이 아파트 개발을 포기하고 휴먼타운을 선택하면 방범시설, 공용 주차장 같은 기반시설은 서울시가 모두 책임진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2008년부터 강동구 암사동 서원마을 등 3곳에서 추진하던 ‘살기 좋은 마을’ 개발 방식도 휴먼타운으로 바꿔 내년 초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방식을 아파트 위주에서 휴먼타운으로 바꾼 것은 단독주택 같은 저층 주거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국장은 “휴먼타운을 조성하면 고층 아파트를 개발할 때 발생하는 환경·교통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성냥갑 모양의 회색빛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서울시 전체 가구의 56%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주거 형태다.

서울시는 휴먼타운의 기반시설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연남동과 북가좌동의 좁은 골목길엔 담장을 허물고 녹지를 조성하고 방범환경 개선을 위해 폐쇄회로(CC)TV와 보안등, 경비소 등을 설치한다. 또 골목길을 지나는 복잡한 전신주는 모두 땅속에 묻는 지중화 작업을 한다. 노후 주택은 외벽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거나 지붕에 태양열 시설을 설치하도록 리모델링비를 지원한다. 서울시는 또 일부 주택을 매입해 노인정이나 주민 운동시설, 어린이집 등을 만들 방침이다. 근처의 공원 지하에 공용 주차장을 건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휴먼타운 조성사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노후 주택을 헐고 새로 지을 때 드는 비용은 소유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연남동의 다세대 주택에 사는 이남희씨는 “네 가구가 살고 있는데 장마철이면 지붕에서 물이 샐 정도로 낡았다”며 “동네 전체가 좋아진다고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인데 집을 새로 지을 돈이 있느냐”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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