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제재까지 동원 ‘중국 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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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이 연일 대(對)중국 ‘전선’을 확대하고 나섰다.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요구를 위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복관세 법안을 가결한 데 이어 그동안 중국이 제재 참여를 기피해 온 이란 핵개발 의혹에 대해서도 정공법을 택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자청해 “핵무기를 개발 중인 이란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채 아직까지 이란의 석유부문에 대해 투자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외국 기업들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미 의회에서 통과된 ‘포괄적 이란 제재법’이 전면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관련 산업계와 국제사회에 계속 개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포괄적 대이란 제재법’은 이란의 석유부문에 20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하는 해외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핵심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의도는 결국 (제재에 부정적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미국과 가까운 동맹국을 포함해 10여개국의 기업들이 잠재적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워싱턴의 ‘민주주의 수호재단’ 최근 보고서에는 호주·중국·덴마크·독일·인도·일본·말레이시아·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베네수엘라 등의 기업들이 이란의 에너지 부문과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적시돼 있다고 전했다.

이란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도 강화된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란 국영석유회사(NICO)의 자회사인 ‘나프티란 인터트레이드 컴퍼니’가 이란 석유부문의 개발 프로젝트에 수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했다”며 이 회사를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나프티란은 앞으로 미국 기업과 상업적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이번 제재는 나프티란을 국제 비즈니스 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열 더치 셸’ 등 4개 국제 석유기업은 대이란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또 한국의 GS건설은 지난 7월 12억 달러 규모의 가스탈황시설 공사 계약을 취소했다.

이에 앞서 미 의회에서도 중국에 대해 날 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 상원 지도부의 존 카일,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지난달 29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미국의 이란 제재법을 무시하고 이란에 대한 투자를 강행한 국영 석유천연가스공사(CNPC) 등 중국 3개 업체를 제재할 것을 요구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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