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부인은 첫 여성 지원장 검사 남편은 대학 강단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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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전반적으로 많이 늘었고, 법원에도 여판사가 많습니다. 자연스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달 21일자로 대전지법 공주지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김소영(40.(左)) 서울고법 판사는 첫 여성 지원장이 됐다는 사실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법관의 꿈이라는 대법관을 비롯해 헌법재판관, 지방 법원장 등에 이미 여성 판사가 임명된만큼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김 판사에게 '첫'이라는 수식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7년 사법시험(29회)에 수석합격했으며 2002년 법원행정처 첫 여성조사심의관이 돼 주목받았다. 조사심의관 시절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개선사업의 데이터 관리업무를 맡아 세계 최고수준의 법률정보 검색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 최고재판소장(한국의 대법원장)이 한국을 방문해 시스템을 보고 감탄해 벤치마킹했다.

앞으로 김 판사는 지원장을 포함해 판사가 4명인 미니 법원을 이끌게 된다. 지원장으로서 김 판사는 합의부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행정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김 판사의 고민은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94년부터 3년간 대전지법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면서 "남편이 아이를 봐주면 되고, 당시 대전지법에서 함께 일한 직원이 공주지원에 있어 낯설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김 판사의 남편은 대검 컴퓨터범죄 수사과장을 끝으로 검사 생활을 접고 3월부터 연세대 법대 부교수로 강단에 서는 백승민(42.(右)) 교수다. 이들 부부는 사법시험 동기생이다.

백 교수는 "학창시절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며 "검찰 조직 내에서 그런 일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연구를 하면서 검찰을 돕겠다"고 전직 동기를 밝혔다. 그는 "후학을 양성하는 것도 공무원으로서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 만큼이나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대검 연구관.법무연수원 교수 등을 거쳤다. 2002년에는 서울대 법대에서 '전자서명과 인증' 과목을 강의하기도 했다.

김종문.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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