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급물살… 손 댈수록 커지는 유전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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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의 '유전의혹' 사건이 정치권의 검은 손이 개입한 '오일게이트'로 비화할 것인가-.

▶ 유전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칼날이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정부, 기업 및 대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연세대 창립 120주년 기념토론회에서 이 의원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면서 여야 정치권도 수사 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유전개발 사업을 주도한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가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총선 선거사무소 연락소장이었던 지모씨에게 8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는 등 사건의 규모와 심각성이 점차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왕영용 전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러시아측과 계약을 하기 전인 지난해 8월 청와대 실무진에게 유전사업에 대해 보고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도 같은 시기에 이희범 산자부 장관에게 유전사업에 대해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정.청 등 여권 전체가 검찰수사의 영향권으로 들어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자칫 이 문제가 과거 DJ정권시절 '옷로비 사건'의 재판이 되는 게 아니냐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요 당직자와 의원들은 10일 "사실관계를 잘 알지 못한다"거나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등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검찰의 이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이 그 정도로 성역없이 한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참여정부 하에서 비리나 부정에 대해서는 성역이 없는 만큼, 모든 것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성역없는'수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는 "압수수색 자체는 지나친 것이나,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과거 옷로비 특검과 비슷하게 이번 사건의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가고 있는데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게 먼저 중요한 일"이라며 조속한 의혹 해소를 강조했다.

전격적인 압수수색 등을 두고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현역의원 국회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강도를 높이는 배경을 놓고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과 수사권 문제를 둘러싼 검.경 갈등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우리당의 핵심 당직자는 "수사권이나 사개추위 문제 등이 있고 해서 검찰이 자신의 명예나 입장 때문에 좀더 강도 높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그간 특검 수사를 주장해온 한나라당은 오히려 검찰을 독려하고 나섰다.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0일"드디어 오일게이트에 불이 붙었다"며 "특검법을 제출했지만 검찰을 며칠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원내대표는 특히 최근의 검찰 개혁 논란과 관련해 "사면초가의 검찰이 정면돌파를 위해서도 이런 사건을 명쾌하게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구조적인 수사가 안된다면 (한나라당은) 특검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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