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분양광고 '장밋빛 표현' 사기로 보기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는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세워진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김모(51)씨 등 35명이 "허위.과장 분양광고에 속아 피해를 봤으니 분양대금을 돌려달라"며 공동 분양사업자인 삼성물산.금호산업을 상대로 낸 소송(부당이득금 반환 )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신문광고에서 사용한 '세계 최고 수준 시설' '호텔급 이상 서비스.자재' 등의 표현은 오피스텔 품질이 고급이라는 의미의 추상적 평가에 불과하다"며 "광고가 다소 과장됐지만 거짓말을 했거나 속이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예상되는 임대료 수익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어느 정도 수익을 낼지는 투자자가 판단할 사항이므로 원고에게 임대료를 보장했다거나 속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 등은 2001년 4월 '인천국제공항 최초의 유일한 주거.업무시설' '시설은 세계 최고, 분양가는 강남의 60% 수준' '3만여명의 공항 고정수요자 확보' 등의 광고를 보고 분양계약을 체결했지만 임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광고 내용이 분양계약을 취소시킬 만한 사기에 해당되는가' 하는 점이다. 민법 110조는 사기 등에 의해 이뤄진 법률상의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분양광고는 사회통념상 허용범위 내에 있다"며 분양사업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또 이번 판결은 투자 판단은 투자자 책임이라는 점을 더욱 강조한 것이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