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下. 공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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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 3개 공기업의 신입사원은 공대 출신이 85.7%에 이를 정도로 기술직 수요가 많다. 각종 기사 자격증 보유자는 42.3%다. 다른 기업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가 8%가량 입사한 것도 특이한 점. 한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삼성.LG 등 일반 대기업의 경쟁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이직하려는 지원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 채용시험은 출신 대학.전공.학점 등을 보지 않기 때문에 토익.필기시험 같은 객관적 점수가 당락을 좌우한다. 특히 첫 관문인 서류전형에서는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는 다른 평가기준이 없기 때문에 토익이 절대적이다. 한국가스공사 이은상 채용담당자는 "기술직은 그나마 자격증을 보지만 사무직은 채용인원이 적은 데다 대체할 만한 평가수단도 없어 토익이 서류전형 통과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공개한 서류전형 기준에서는 총점(125점) 가운데 토익.토플 등 영어점수가 100점이었다. 나머지 25점은 기사.산업기사 자격증(각 10점)과 제2외국어(5점) 점수다. 토익 평균점수는 812점으로, 전자 업종보다는 높지만 일반서비스 업종에 비해서는 낮다.

인사담당자들은 "기술직과, 채용에서 우대하는 보훈 대상자.취업보호 대상자가 많아 서비스 업종보다 어학 점수는 낮게 나온다"고 밝혔다.

필기시험에서는 지원 직군에 따라 전공 70~80%, 상식 20~30%를 출제한다. 논술시험은 기업의 공익성을 묻는 주제와 부정부패 같은 시사적인 문제가 단골로 나온다. 논술시험에서 한자어를 자유자재로 쓰면 좋은 점수를 받는다.

최근 공기업들은 시험성적 위주의 채용에 대한 반성으로 인성검사와 면접의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본지가 조사한 면접 비중은 22.4%로 필기시험과 외국어 점수 다음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지난해 인성검사에서만 15~20%의 지원자를 걸러냈다. 공기업 특성을 감안해 인성검사의 기준을 강화한 결과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윤상조 인사과장은 "아무래도 공기업은 벤처기업처럼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사람보다는 팀워크나 조직 적응력이 있는 사람을 뽑게 된다"고 전했다. 한국가스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은 15~30%가량을 현지 주민이나 지역 소재 대학 출신자를 뽑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4개 지역에서 15%를 충원한다. 지역사회와 협력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다. 지역할당제의 경우 5~7년간 현지 의무근무 조건이 붙는다.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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