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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배다해, 그녀가 뜨니‘바닐라루시’도 뜨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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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러니까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이 소리와 소리를 포갰다. 그랬더니 어떤 악기도 흉내 낼 수 없는 ‘하모니’가 빚어졌다.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그걸 했다. 그들의 숨막히는 하모니에 사람들이 진저리 쳤다. 모든 음악의 궁극은 끝내 사람의 목소리란 걸 넉넉히 입증했다.

그 하모니의 한 가운데서 이 여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배다해. 올해 스물일곱.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바닐라루시’라는 여성 4인조 그룹에서 활동 중인 신인 가수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성장기에서 그의 이름을 빼놓기란 어렵다. 말간 얼굴의 그가 오디션에서 ‘씽크 오브 미(Think of Me)’를 불렀을 때, 훗날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의 솔로 파트를 짜릿하게 소화할 때 방송 시청률도 함께 치솟았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솔리스트로 화제를 모았던 배다해가 소속된 4인조 크로스오버 그룹 바닐라루시. 왼쪽부터 지연(바이올린)·혜라(첼로)·다해(보컬)·소라(색소폰). [HM한맥엔터테인먼트 제공]

‘남자의 자격’의 감동 바이러스는 그가 속한 그룹 바닐라루시의 지명도 또한 함께 밀어 올렸다. 이제 갓 데뷔 6개월인 신인그룹에 방송·CF 섭외가 밀려들고 있다. 혜라(첼로)·다해(보컬)·지연(바이올린)·소라(색소폰). 멤버들 모두 클래식 전공자로 구성된 바닐라루시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잇댄 새로운 장르를 개척 중이다. 29일 오후 이들 네 여자와의 만남은 자연스레 ‘남자의 자격’에 대한 수다로 시작됐다.

“천운 같은 프로그램이죠. 사실 출연해도 그냥 묻힐 줄 알았어요. ‘남자의 자격’ 멤버들 뒤에서 코러스나 하는 줄 알았거든요. 너무 얼굴이 알려져서 살짝 당황스럽기도 한데…. 신인에게 이런 기회가 온 건 큰 축복이죠.”(다해)

다해는 “바닐라루시를 알리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출연 목적은 100% 이룬 셈이다. 하지만 그의 방송을 보는 멤버들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단다. 지연은 “우리를 대표해 나갔다고 생각하니까 더 조마조마 했다”고 했고, 혜라는 “다해가 한동안 놓았던 성악 발성을 다시 하면서 부담감이 엄청났을 것”이라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다해는 “‘남자의 자격’은 개인적으론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했던 기회였다”고 했다.

“박칼린 선생님이 저를 혼내고선 벽 한 구석에 세운 적이 있어요. 그 일을 겪고 나서 오히려 자신감을 되찾았죠.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했던 경험이 ‘남자의 자격’에서 받은 가장 값진 선물이에요.”(다해)

바닐라루시는 넉 달 전 정규 1집을 냈다. ‘남자의 자격’ 이후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뒤섞은 ‘프렌치 러브’ 와 같은 곡이 조금씩 대중의 관심을 끌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찾는 게 과제(혜라)”라고 했다.

이들은 4월 데뷔 당시 손에 손을 잡고 눈물로 기도했다고 한다. ‘남자의 자격’은 그 기도의 첫 열매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이들 네 명의 뮤지션은 다시 데뷔 당시의 기도를 떠올린단다. 연말께 나올 새 앨범에선 바닐라루시만의 풍성한 ‘음악 열매’가 열리길 꿈꾸면서.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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