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는 전시장 넘어 즐기는 휴식공간 꾸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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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는 평일 낮에도 대학생과 주부, 기업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지난달 17일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디자인 한마당 2010’(sdf.seoul.go.kr)을 보기 위해서다.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단체로 찾아와 스위스 포스터전을 보는가 하면,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주부는 ‘월드 디자인 콜렉션’을 관람하며 “이곳의 볼거리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줘야겠다”며 즐거워했다.

이곳 저곳을 누비며 열심히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도 적지 않다. 작은 변화인 듯하지만, 지난해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온 ‘서울 디자인 한마당’의 풍경이다. 이것은 전시 총괄 기획을 맡은 최경란(47·국민대 실내디자인학과 교수·사진) 서울디자인 한마당 2010 총감독이 지난 1월부터 뛰어다니며 머리 속에 그리던 풍경이기도 하다.

“전시를 단지 보여주는 자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찾아와 편안하게 쉬고, 체험하고 담소를 나누는 ‘도심 속의 휴식’ 공간을 상상했어요.” 소박한 목표 같지만, 욕심은 결코 작지 않았다. 이번 디자인 한마당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다. 해외 전문가들에게는 한국과 동양 디자인의 진수를 보여주고, 보통 시민들에게는 세계적인 디자인 트렌드를 친근하게 제시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디자인 마켓을 통해 요즘 꿈틀거리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들도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 1월 1일 총감독으로 임명되자마자 세계적인 작가인 알렉산드로 멘디니, 다니엘 리베스킨드 등에게 참여를 부탁했다. 다른 작가들의 참여를 더욱 이끌고 전시에 활력을 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해외 디자인 산업전을 위해서는 주한 해외 대사관 15여 곳을 직접 방문했다. ‘한·중·일 생활전’을 위해 중국·일본으로 찾아가 디자이너를 만났다

“해외 디자이너들을 만나볼수록 서울의 디자인에 대한 세계에 관심이 상당히 높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욱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야 되겠다고 느꼈죠.”

한·중·일 생활전이 바로 그런 전시 중의 하나였다. ‘중국 최고의 북 디자인’ 상을 7번이나 수상한 전설적인 중국의 북 디자이너 뤼징런, 일본의 세라믹 디자이너 모리 마사히로, 조지 나카시마의 테이블과 의자,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청자 작품 등은 전시장을 찾은 해외 디자이너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가장 인기 있는 행사로 손꼽히는 디자인 장터 ‘서울디자인마켓’이 그것이다. “아무래도 젊은 디자이너들이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작품들 위주라서 문구 위주의 작품으로 편중돼 있죠. 아이디어는 있지만 제품화가 어렵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에요. 젊은 디자이너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시스템이 정말 필요합니다.”

최 감독은 “좋은 디자인이란 사람이 쉽게 다가가고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가능하면 더 많은 시민이 찾아와 ‘해외 디자인 산업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교육마당’을 맘껏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7일까지 열린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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