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세습 땐 집권 초기에 무능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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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테러는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11월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때도 가능성이 있다. 누가, 어떤 동기로 테러를 할 것인가에 대해 미리 파악해 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마크 헬러(64·사진) 연구실장은 30일 서울의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인터뷰를 하며 “동기 측면에서 보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또는 이슬람 극단세력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겨냥해 테러를 벌일 수도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안보연구소는 이스라엘의 외교 안보와 중동 정책을 다루는 싱크 탱크다. 헬러 실장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지난달 29일 방한했다. 국내의 외교 안보 전문가들과 만나 양국 현안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 방문 목적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에서 김정일의 3남인 김정은이 후계자가 됐다. 한국 안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나.

“정권 세습에선 개인 성향에 따라 정치 시스템이 변할 수 있다. 중동에선 시리아나 이집트에서 권력이 세습됐다. 자녀가 후계자가 되면 인맥 선택의 폭이 좁고, 집권 초기에 실수하거나 무능할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경우 아직 능력이 알려지지 않아 평가하기 이르다. 앞으로 북한에서 김정은 지지와 반대 구도의 윤곽이 드러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새 지도자는 정권 초기에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의 우려는 이해한다. 그런 경우가 있다. 이란의 경우 1인 독재체제여서 누구도 조언하거나 제재할 수 없었다. 다만, 김정일은 경험과 나이가 많지만 무책임한 행동을 한다. 나이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동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군 지도부가 후계자와 관련해 도발했을 수도 있겠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사건이 일회성인지, 아니면 계획된 연속 사건의 하나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일회성이면 지켜볼 수 있지만, 지속성이 있다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 해도 무력 보복은 전쟁까지 염두에 두고 결정해야 한다.”

-이란이 핵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공개하거나 조항을 준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협력 의혹은.

“제시할만한 증거는 없지만 두 나라의 신용이나 정황, 양국 관계를 볼 때 북한이 이란의 핵개발을 도와준다고 본다.”

-중동에서 핵이 확산할 가능성은.

“분명히 커질 것이다. 요르단·이집트·아랍에미리트가 평화적인 목적으로 핵 시설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언제든지 군사 목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주변국가에서도 견제 목적으로 따라서 개발에 나설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은.

“글쎄….미국이 하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슬람 국가들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듯, 한국도 북한과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다. 한국이 계속 안보를 확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은.

“민주주의를 강력하게 지키고, 경제력을 강화하면서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 같은 비전이 있는 국가들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글=오대영 선임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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