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4회 노인의 날 … ‘뉴 실버’ 선언하는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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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아, 너무 걱정 마라. 우리가 사회를 책임질 테니.”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30일 열리는 제14회 노인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사회를 책임지는 새로운 노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도훈 인턴기자]

대한노인회 이심(71) 회장은 요즘 입만 열면 ‘뉴 실버’를 외친다. 30일 제14회 노인의 날 및 대한노인회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이렇게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안방 퇴물’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새로운 노인’으로 변신을 주창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 10명 중 4명이 노인이 되는데 누가 노인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 같으냐”며 “노인들이 경쟁력을 갖춰 고령화 시대를 맞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노인의 상(像)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는 16개 시·도에 연합회가 있고 시·군·구에 245개 지회를 두고 있다. 회원은 260만 명이다.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상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노인을 부양 또는 공경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맞긴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면 큰일 난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에서 부양만 받으려 하면 어떻게 되겠나. 생산적인 인력, 일하는 노인으로 바뀌어야 한다. 노인들이 제2의 새마을운동을 주도할 것이다. 그런 시대적 부름을 받고 올 2월 회장이 됐다.”

-어떻게 사회를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경로당(전국 5만9327개)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조직이다. 과거의 사랑방이 집안 대소사를 결정하고 가족 갈등을 해결했듯이 경로당이 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경로당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경로당을 활용해 내년에 1만5000~2만 명의 자원봉사 리더를 양성할 예정이다. 경로당에서 고부·형제·부자 간 갈등을 풀어줄 수 있다. 또 자살예방 상담사를 양성해 세계 최고의 노인 자살률을 줄이겠다. 자연녹화 활동, 복지관 프로그램 운영 등도 봉사활동 영역이다.”

-새로운 시도인 것 같다. 또 다른 분야는 없나.

“어린이 통학로를 순찰하면서 성범죄를 예방하고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앞장서겠다. 경로당 노인들이 지역 우범지대를 잘 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그런 데를 왔다 갔다 하면 범죄가 줄어든다. 노인들의 활동량이 많아지면 건강이 좋아져 의료비가 줄고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의 경로당 조직으로 가능할까.

“지금은 고학력·지식인 출신 젊은 노인들이 경로당에 안 가는데 대한노인회가 이들의 손을 잡겠다. 성공한 노인들을 경로당으로 유도해 어려운 노인들에게 경험을 나누고 정신적으로 위로하며 봉사하도록 하겠다. 또 회원들한테서 1000원씩 모금해 26억원의 종잣돈으로 노인지원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노인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뉴 실버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한다. 올봄 천안함 사태가 터졌을 때 대한노인회 회원(260만 명)들이 1억4700만원을 모아 성금으로 냈다. 예년과 달리 노인의 날(10월 2일) 기념식만 하는 게 아니라 24일부터 노인주간을 운영했다.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를 하고 생활체육대회와 노인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니어포럼을 열었다.

-젊은이들도 일자리가 부족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노인 일자리 만들기가 쉽지 않을 텐데.

“‘70살 먹은 노인이 뭘 할 거냐’ 는 말을 들으면 숨이 막힌다. 노인이 오히려 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돈 있고 인맥 있고, 생각이 깊어 사업도 일도 잘할 수 있다. 젊은이 일자리하고도 다르다. 전주시는 학교 화장실 청소를 노인에게 맡긴다. 광명시와 제주시는 어린이지킴이 예산을 지원한다. 숲 해설가나 지역문화 해설가, 할머니 동화구연, 문맹 노인에게 책 읽어주기, 짚 공예(경기도 화성시), 유휴 농지에 농사 지어 장학금 마련하기(평택시)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누가 주도하나.

“대한노인회가 나서서 지방자치단체장을 설득하겠다. 관심 있는 시장·군수가 많다. 노인 표를 얻는 사람이 다음 선거에서 당선될 것이다.”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인이 먼저 변해야 한다. 대우만 받으면 고독해지고 아무도 사람이 붙지 않는다. 사회성이 없어져 활동범위가 좁아진다. 다음으로 사회가 호응하고 정책 당국자가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새로운 노인상을 담은 노인기본법을 제정할 때가 됐다. 노인이라는 용어도 바꿀 생각이다.”

글=신성식 선임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이심 회장=경북 성주 출신으로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한무역진흥공사·에스콰이어에 근무했다. 30년 이상 월간 현대주택 발행인을 지냈고 한국주택신문과 월간지 전원속의내집 발행인, 주택문화사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잡지협회·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 노인자살대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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