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 선언 후 평양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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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우리에게는 사탕보다 총알이 더 필요하다."

북한 중앙방송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보유 선언을 한 다음날인 12일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몇해 전 1월 '우리나라에서는 군사가 첫째이고 국방공업이 선차'라고 강조했다"면서 그때 이런 비유를 했다고 공개했다.

같은 날 다른 정치논설에서는 김 위원장이 "내가 최근 한 10년 동안 일하면서 얻은 결론은 군대를 강화하고 당과 인민의 일심단결을 튼튼히 다지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이며 그 어떤 강적도 굽어든다는 것"이라고 말한 사실도 전했다.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김 위원장이 군사력밖에 믿을 게 없다는 생각을 굳힌 점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14일까지의 북한 신문.방송의 보도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선군(先軍)혁명과 일심단결'이다. 모든 것보다 군대를 최우선시한다는 선군의 기치를 따라 주민들에게 일사불란한 단결을 주문하는 것이다.

노동당 민방위부장인 김익현 차수는 직접 방송에 나와 "장군님의 손길 아래 우리 민간무력은 더욱 억세어졌다"는 주장을 했다. 김 차수는 이날 2002년 4월 북한군 창건 70주년 군사퍼레이드 때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민방위 무력인 노농적위대의 열병식이 최초로 이뤄진 일을 공개했다.

내부 단속의 고삐도 바짝 당기고 있다. 12일 노동신문 편집국 논설에서는 "우리 내부를 와해시키려는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는 각 방면에서 노골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6일은 때마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3회 생일이다. 그에 대한 우상화 선전도 활발하다. 13일에는 김 위원장의 출생지(실제는 소련 하바로프스크)라고 북한이 선전하는 백두산 밀영(密營.비밀병영)에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당.정.군 핵심 간부를 집결시켜 결의대회를 열게 했다. 이런 행사 보도에서는 "핵무기로도 깨뜨릴 수 없는 불패의 단결력"(12일 중앙방송)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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