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in Art] "내 발레가 꿈을 줄 수 있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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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국씨(오른쪽에서 둘째)가 14일 성남시 야탑동에 있는 자신의 발레교습소 '이&신 발레 아카데미'에서 이원국 발레단단원들과 내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We Start in Art 부산 공연을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김성룡 기자]

무대에서 그는 언제나 주역이었고 왕자였다. 작곡가 A C 아당의 '지젤'에선 주인공 알브레히트였고,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에선 요정의 왕 오베론이었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에선 12년 동안 왕자역을 맡았다. 그는 "한국 발레리노(남성 발레 무용수)의 교과서"로 불렸고, 국내 최정상급으로 인정받았다.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 무용수,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립발레단 객원 주역을 맡으며 해외에서도 명성을 날렸다. 지난 연말 '호두까기 인형'으로 은퇴 공연을 하고 현역에서 떠난 발레리노 이원국(37)씨다. 이씨가 12세 이하 저소득층 어린이에게 문화혜택을 주자는 취지로 'We Start' 운동본부와 한국메세나협의회가 실시하는 We Start in Art 공연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발레 전도사이자 문화 나눔이 역할이다. 이씨는 15명으로 이원국 발레단을 구성해 현재 '위 스타트 인 아트 2005 겨울방학 문화나눔 체험공연'에 나서고 있다. 지난 1, 2일에는 전북 정읍시의 정읍사 예술문화회관에서 아동복지시설 어린이 280여명을 대상으로 '신기한 발레 나라-미니 백조의 호수'를 공연했다. 은퇴 이후 첫 공연이었다. 16, 17일에는 부산에서 공연한다.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복권위원회가 후원하는 행사다.

"어린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발레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올 때 현역 시절 화려한 무대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 다가옵니다. 어린이들에게 발레를 통해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제가 춤을 통해 얻은 것을 이제는 베풀고 싶습니다."

3시간가량 진행되는 '신기한 발레 나라'는 공연장에서의 에티켓 및 공연작품 해설(1부), 이씨가 직접 작품을 설명해주는 시간과 공연(2부), 어린이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3부)으로 구성돼 있다.

"은퇴하면 문화 소외계층에게 발레를 보급해보고 싶었습니다. 위 스타트 인 아트의 취지가 제가 생각했던 문화 나눔의 뜻과 일치해 정말 즐겁게 공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원국 발레단의 단원들 역시 이씨의 뜻에 공감해 인터넷 발레사이트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회원들이다.

하지윤 기자 <hjyu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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